앨범 이미지
C,Xoxo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2024

by 한성현

2024.08.08

과격한 해체주의 미학을 예상했다면 재미없을 것이고, 조악한 퀄리티를 우려했다면 무난한 만듦새에 당황할 테다. 라틴 세계를 떠난 카밀라 카베요의 네 번째 앨범 < C,Xoxo >는 첫 싱글 'I luv it'이 암시했던 장대한 혼돈 대신 평범하게 정돈된 팝에 그친다. 변신의 부담과 일말의 상업성 추구 사이 계산적인 중립인지 불시착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작품이다.


무질서로 점철된 'I luv it'을 논외로 친다면 음반은 세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여름 파티에 걸맞는 댄서블한 알앤비와 '진정성 있게' 들리게끔 목을 쥐어짜는 미드 템포의 곡, 그리고 게스트를 초빙한 인터루드다. 첫 카테고리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 릴 나스 엑스가 함께한 'He knows'는 긴박한 리듬과 긴장감 있는 선율이 잘 결합해 있고 선선한 알앤비 'Hot uptown'에서 드레이크와 카밀라 카베요의 음색은 꽤 근사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솔로 트랙 'Dream-girls'나 'Pretty when I cry'의 경우 홀로 이끄는 모습이 벅차 보이긴 하나 퀄리티가 크게 떨어질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미약한 나머지 구간의 존재감이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가창을 편하게 잡은 'Twentysomethings'를 제외하면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 앨범은 곧바로 위태로워진다. 'Chanel no.5'에서 피아노 반주와 어우러지지 않는 그의 자극적인 보컬은 테이트 맥레이가 라나 델 레이의 음악을 커버하듯 들리고, 'B.o.a.t.'와 ‘June gloom’은 로살리아의 'Hentai'를 건성으로 패러디한 것만 같다. 'Pink xoxo'의 핑크팬서리스를 포함한 네 곡의 인터루드가 다양한 게스트를 그저 초대한 데에 그치듯이 < C,Xoxo >의 레퍼런스 탐색에는 온전한 체화와 재해석이 따라붙지 않는다.


애당초 'Havana'가 2010년대 말 라틴 음악 붐에 빚을 졌으니 장르의 기세가 살짝 소강상태인 지금 카밀라 카베요의 자아 붕괴는 필연적이다. 과거 할시와 캐롤라인 폴라첵의 비주얼을 베꼈다는 의혹에 이어 이번에도 'I luv it'의 장르부터 앨범 제목까지 찰리 XCX를 노골적으로 따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 그 방증이다. 의도가 어떻든 '라틴 스타의 하이퍼팝'은 신선한 헤드라인이었으니 호를 표하는 입장도 많았고, 차라리 뻔뻔함을 유지했다면 도파민이 솟구치는 재미라도 있었겠다. 정작 앨범에서 그의 캐릭터는 괴상한 앨범 커버가 무색하게 위협적이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인디 가수가 아닌 이상 대중 반응을 포기할 수는 없겠고 실제 이를 염두에 둔 트랙이 괜찮게 뽑힌 편이니 썩 나쁘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차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 C,Xoxo >는 가수의 향방을 더욱 흐릿하게 만들어버렸다. ‘과연 카밀라 카베요가 라틴의 그림자를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앨범은 부정에 기운 채 답을 유보한다.


-수록곡-

1. I luv it (With Playboi Carti) [추천]

2. Chanel no.5

3. Pink xoxo

4. He knows (With Lil Nas X) [추천]

5. Twentysomethings [추천]

6. Dade country dreaming (Feat. JT & Yung Miami)

7. Koshi xoxo (Feat. BLP KOSHER)

8. Hot uptown (Feat. Drake) [추천]

9. Uuugly (By Drake)

10. Dream-girls

11. 305tilidie

12. B.o.a.t.

13. Pretty when I cry

14. June gloom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