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던 전편의 로맨스에 이은 반전. 후속편 < Miniseries 2 >는 종국에 0으로 수렴하는 이별을 청각적으로 전개한 한편의 오디오 씨어터다. 후련함, 예기치 못한 당황스러움, 그리고 너털웃음까지 자아내는 모순적인 종말의 순간을 능숙하게 편집했다. 과하지 않게 더하는 방법을 아는 K알앤비 대표주자 수민과 근사한 빼기에 능숙한 프로듀서 슬롬이 만났으니, 줄거리는 탄탄하고 볼거리도 많다.
여느 평범한 헤어짐이 그렇듯 시작과 끝만 회상하면 나름 무난할지도 모른다. 말랑말랑한 재즈와 시티 팝 질감을 배합한 1화 ‘보통의 이별’과 급작스레 드럼 앤 베이스로 질주하지만 나름 편안한 보사노바 종영 회차 ‘신호등’까지 보면 이번 사랑도 꽤 괜찮은 추억으로 남길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표지만 비교해 본다면 “시작부터 키스신”이었던 전편 < Miniseries >에 비해 정확히 3년 더 성숙해진 어른의 연속극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악기와 육성이 이리저리 치고받는 혈투가 이어진다. 기억의 저편으로 넘겨 버린 귀찮고 힘겨운 연인 간 다툼, 그 과정의 생생한 재현이 이 음반에 서사와 재미를 부여한다. 펑키(Funky)한 리듬에 거친 드럼과 수민의 보컬이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왜, 왜, 왜’, 베이스 워킹과 기타 리듬이 초침의 움직임을 형상화하는 ‘째깍째깍’ 등은 내면의 고민이 폭죽과 같이 터지며 다툼이 발화하는 순간을 영리하게 잡아채며 극의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여기서 두 주연의 비주얼과 연기력은 단연 수준급이다.
알앤비라는 드넓은 미장센 위 표현법도 다채롭다. 부드럽게 전화 통화 신을 삽입한 ‘화해’는 전후 징조나 현장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끔 만드는 한편, 중의적 의미를 담은 ‘개인사’에서는 명쾌한 이유가 등장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적절한 소품과 언어, 장소 선택은 이 드라마가 놓치지 않은 디테일이다. 고요와 고성이 동석하는 윤상 풍 배경음악 ‘텅 빈 밤’에서 높은 압력의 건반 음에 여주인공이 스산하게 울부짖을 때 시청률은 최고치를 경신한다.
이제 합작을 넘어 하나에 가까워졌다. 이별의 부산물이 사람의 변화를 이끄는 것처럼 통통 튀는 수민은 진중해졌고 수더분한 슬롬은 존재감을 꽤 많이 늘렸다. 이 커플은 대중음악의 가장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동시에 ‘보통의 이별’이라 칭했지만, 이들의 편집본은 범인은 쉬이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벌써 이 미니시리즈의 결말이 기다려진다. 세 번째 시즌은 운명적 재회와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지.
-수록곡-
1. 보통의 이별
2. 왜, 왜, 왜 [추천]
3. 화해
4. 째깍째깍 [추천]
5. 진짜 안녕
6. 텅 빈 밤 [추천]
7. 개인사
8. 내 생각
9. 신호등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