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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인터뷰
김뜻돌
2024

by 김태훈

2025.01.10

꿈속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기다리던 김뜻돌은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며 행복을 찾고, 코발트 빛 하늘 아래서 사랑을 말하며 마음속에 간직한 음악의 원석을 세밀하게 가공해 왔다. 의문투성이인 삶에 해답을 찾고자 헤매왔던 그 모든 나날이 재료가 되어 탄생한 소포모어 앨범 < 천사 인터뷰 >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면서 이름 모를 천사들과 나눈 소중한 이야기들의 기록이다. 그 천사들은 얼굴 없는 천계의 목소리, 주변 인물로 현신한 채 지켜보는 존재, 그리고 나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 천사 인터뷰 >는 아침의 명상으로 연결된 천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공간에서의 다양한 성찰 시간을 지나 속세로부터 탈출해 자유와 행복을 외치는 이야기다. 해당 과정의 전반을 함께하는 드립 팝 사운드는 1집 < 꿈에서 걸려온 전화 >부터 쌓아온 포크, 재즈, 얼터너티브 록 등 넓은 장르 스펙트럼에 본격적으로 슈게이즈를 녹여낸 황홀한 조합이다.


'손님별'과 '아침'이 김뜻돌의 기존 스타일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앨범의 오프닝을 아름답게 장식한다면, '미카엘'은 이전에 발매한 'Cobalt'나 'Kiddo'에서 한 걸음 더 전진한 시도가 돋보이는 슈게이즈다. 노이즈가 가득하면서도 몽환적인 기타 톤과 스트링 사운드, 성스러운 보컬의 조화에는 이질감이 없고, 따스하게 안아주는 듯한 연대의 감정까지 아름답게 녹아들어 있다.


차분한 두 포크 트랙 '활엽수', 'Westin Josun Hotel'을 지나 맞이하는 '나는 닫힌 문 대신 창문을 열고'는 작품 내에서 가장 거대한 감동의 순간을 전한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베이스와 함께 소리의 공간을 점진적으로 넓혀나가는 구성은 마치 작고 어두운 방에 굳게 닫혔던 창문이 열리면서 별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극적이다.


강한 임팩트 자체는 슈게이즈 트랙에 있지만, 해당 사운드에만 매몰되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을 최대한 확보하면서도 하나의 주제를 유지하고자 한 흔적이 선명하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연상되는 강렬한 인상의 'Red car' 뒤에 등장하는 포크 '꿈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는 멜로디와 가사 면에서 '꿈에서 걸려온 전화'의 후속편으로써 작법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앨범 내 분위기 환기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해당 트랙이 예쁜 징검다리 역할을 한 덕분에 다음 곡인 드림 팝 '우리의 심장이 같은 속도로 뛸 때'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앨범 내 가장 선명하고 편안한 멜로디와 긍정의 가사를 가진 보편적인 트랙이기도 하다. '요기난다'는 첫 곡 '손님별'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구성과 시타르 사운드, 앨범을 갈무리하는 구성으로 여운을 남기며 소중한 명상의 순간들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김뜻돌은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시그니처 무브를 꺼내 보인다. 잔잔한 파형이 계속되던 흐름에 커다란 바위를 던지는 것처럼 앞선 모든 분위기와 사운드를 뒤집어버리는 '속세탈출'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앨범 내 유일하게 명상을 통한 사색과 대화가 아닌, 속세의 존재로서 외치는 자유선언이다. 그는 꿈의 세계에서 쌓은 모든 감정들을 록의 연료로 불태우고 하늘 높이 도약하며 해방의 순간을 맞이한다.


< 천사 인터뷰 >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상념들로 만든 본인만의 굳건한 정신적인 세계에서 겪은 소중한 순간들을 포착한 기록이다. 이를 음악화하는 과정에서 사운드적인 시도는 과감해졌고, 자신만의 장르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하면서 더욱 입체적이고 섬세한 아티스트의 영역으로 스스로를 인도했다. 이는 단순히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음악적 욕심을 넘어, 자신의 인생 자체를 음악에 완벽하게 녹이고자 고심했을 때 탄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결과물이다.


-수록곡-

1. 손님별 [추천]

2. 아침

3. 미카엘 [추천]

4. 활엽수

5. Westin Josun Hotel

6. 나는 닫힌 문 대신 창문을 열고 [추천]

7. Red car

8. 꿈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

9. 우리의 심장이 같은 속도로 뛸 때 [추천]

10. 요기난다

11. 속세탈출 (Feat. 스월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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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crapter0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