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기쁨으로 가득했던 < Jubilee >의 화려한 시간이 막을 내렸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기존 세계를 이루고 있던 슬픔의 정서가 음악의 공간을 다시 채웠지만, 질감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개인 서사의 발화를 통해 주로 표현되었던 그의 총체적인 감정은 문학적인 소재를 통해 더욱 입체적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의 대표작인 < 광란의 오를란도 >가 그렇듯, 그 또한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의 서사시 < 사랑에 빠진 오를란도 >를 모티브로 음악을 통해 본인만의 오를란도 이야기를 집필하며 사랑, 환상, 슬픔을 표현하려 한다.
'Orlando in love'는 2분 20초대의 간결한 곡이지만, 유혹과 몰락에 관한 비극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며 감정을 찌른다. 잔잔한 파도에 조개껍데기가 떠밀려오듯 점진적으로 접근하며 슬픔의 정서를 흩뿌리는 스트링 세션은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 매혹적인 사운드로 우울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담담하게 인물의 행위를 서술하며 노래하는 보컬에는 감정의 과잉이 배제되어 있어 죽음의 순간을 더욱 비극적으로 그려내며, '오를란도'를 연신 외치는 아웃트로 역시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예고하는 의무를 지는 서곡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싱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