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베스트 셀러 < H마트에서 울다 >(2021)와 1년간의 홍대 거주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음악가처럼 친밀한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 그가 소속한 인디 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신작 < 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 >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을 감지한다. 과거작들의 인디 성향을 품되 전반적인 만듦새는 정교하고 세련되었다. 궤도에 오른 삼십 대 중반 예술가의 여유와 기품이 녹아든 신작은 관현악기 사용과 편곡의 다층성으로 챔버 팝의 고전성을 되살렸다.
제작 방식의 변화와 상응한다. 홈 리코딩을 활용한 지난 음반들과 달리 로스앤젤레스의 사운드 시티(Sound City Studios)에서 리코딩 명가(名家)의 기운을 함축했다. 미셸 자우너 본인이 주를 이뤘던 프로듀서 직함을 내려놓고 밥 딜런과 로라 말링, 피오나 애플과 작업했던 베테랑 프로듀서 블레이크 밀스에게 권한을 일임한 것도 전환점. 2016년 데뷔작 < Psychopomp >부터 함께한 인디 레이블 데드 오션스(Dead Oceans)와의 동행은 지켜나갔다.
새 앨범에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자아의 심연을 탐험한다. 인연과 운명, 이별 등 사랑의 낱말을 하나둘 퍼트리며 그 의미를 자문하고 밖으로 내놓은 소리와 언어를 통해 타자와 관계 맺고 공감대 쌓는다. 부녀관계를 함축한 ‘Little girl’과 수그러들지 않는 마음 속 동요에 관한 ‘Picture window’는 자아의 밀착에서 발생한 여과물.
한국을 떠나기 전에 작업했다는 열 개의 트랙은 유기적이다. 목가적 분위기의 오프닝 트랙 ‘Here is someone’과 대중적 색채의 ‘Mega circuit’, 슬로다이브와 콕토 트윈스가 공존하는 슈게이즈 ‘Honey water’도 협곡 대신 완만한 구릉으로 편안감을 제공한다. 컨트리 풍 ‘Mein in bars’ 속 영화 < 크레이지 하트 >(2010)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의 참여도 신선하다.
그리스 신화의 레다를 끌어온 ‘Leda’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시인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의 서사시 < 올란도 인나모라토(Orlando Innamorato) >에서 착안한 ‘Orlando in love’가 문학적이다. 개인 차원의 이야기는 고전의 영원불멸에 힘입어 숭고를 획득하며 캐릭터의 동일시 혹은 타자화를 통해 자의식을 탐구한다. 한국과 미국서 절반씩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소리와 영상의 종합예술을 지향했으며 한국계 일러스트레이터의 앨범 아트도 작품의 고전미와 상통한다.
성장 배경으로 담론의 중심에 섰던 아티스트의 중심엔 음악이 있다. 개인주의와 고품질 프로덕션의 조화는 디스코그래피의 새로운 분기점을 모색했고 신화와 문학의 영속성이 사랑과 인생의 대주제를 그려냈다. < 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 >가 함의한 인디-메이저와 자기 자신-문학의 구도는 코첼라 무대에 선 스타 음악가와 홍대 거주의 동네 주민처럼 매력적인 양면성을 나타냈다.
-수록곡-
1. Here is someone
2. Orlando in love [추천]
3. Honey water [추천]
4. Megar circuit [추천]
5. Little girl
6. Leda
7. Picture window [추천]
8. Mein in bars (Feat. Jeff Bridges)
9. Winter in LA
10. Magic moun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