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대한 장례식에는 < After Hours >의 아찔한 환락도, < Dawn Fm >의 라디오 콘셉트도 없다. 대들보 역할을 했던 복고 키워드 또한 엔데믹과 함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악몽 3부작과 위켄드라는 이름에 종언을 고하는 만큼 디스코그래피를 넓게 펼쳐놓은 듯한 사운드스케이프가 이어질 따름이다. 근래 그의 음악 세계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 마이크 딘,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맥스 마틴이라는 삼두마차가 이끄는 길이 곧고 평탄하다.
전작에서 선보였던 절묘한 트랜지션이 초입을 주도한다. 익숙한 스타일의 ‘Cry for me’와 기괴한 브라질리언 펑크(Brazilian Funk)를 연결하는 ‘I can’t fucking sing’은 투어 중의 경험을 재현한 스킷이며, ‘São Paulo’처럼 선공개 당시 이질적이었던 곡도 정밀한 세공을 통해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접합해 냈다. 전초전 ‘Baptized in fear’ 직후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쏟아지는 ‘Open hearts’의 베이스 폭격은 앨범 전체에서 제일 짜릿한 청각적 쾌감을 자아내는 하이라이트. 과연 위켄드, 역시 위켄드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작이다.
일찌감치 터트린 축포 뒤에는 매캐한 정적만이 감돈다. 온갖 무기를 동원했기에 추가적인 자극을 이끌어내고자 피처링의 위력을 빌린 까닭이다. ‘Can’t feel my face’를 재소환하는 가사의 퓨처와 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플레이보이 카티는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무대에서 마음껏 활개 친다. 이 과정에서 위켄드 본인의 영역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최대 문제다. 지리한 벌스가 더해져 라이브 버전에 비해 열화된 ‘Timeless’, 조르지오 모로더의 압도적 아우라가 감도는 ‘Big sleep’, 라나 델 레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어준 ‘The abyss’ 모두 그러한 결핍과 보조의 연장선이다.
연거푸 집중이 분산됨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전황을 휘어잡을 수 있는 아티스트다. 돌이켜보면 메가 히트송 ‘Blinding lights’뿐만 아니라 트릴로지 속 반짝이는 순간들을 혼자서 빚어내지 않았던가. 키보드 중심의 미니멀한 반주에 실려 신을 찾는 ‘Given up on me’, 마이클 잭슨의 ‘Heaven can wait’을 연상케 하는 ‘I can’t wait to get there’은 슈퍼스타의 빛과 어둠을 그린다. 비록 장애물이 가로놓였지만 존 비의 ‘Someone to love’ 샘플을 탁월하게 매만진 ‘Niagara Falls’까지 위켄드 표 걸출한 알앤비가 잇따른다.
점멸하는 신시사이저를 배경으로 가스펠 색채를 칠한 마무리는 다소 뻔하고 과할지언정 결말로 향하는 결정적 단계다. < Dawn Fm >이 기꺼이 사후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수용이라면 그사이 수많은 고난을 겪은 그는 더욱 애타게 천국을 갈망하며 부르짖는다. ‘Hurry up tomorrow’의 아웃트로와 데뷔작 < House Of Balloons >의 관능적인 첫 트랙 ‘High for this’가 맞물려 만드는 수미상관은 긴 여정을 같이한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이자 하나의 페르소나를 매듭짓는 피날레다.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도 확실한 명분 앞에선 힘을 잃는다. 1시간 25분의 러닝타임을 한 치의 빈틈없이 철저히 활용했다고 평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14년간 계속된 이야기의 끝맺음으로는 충분하다. 맹렬한 화염이 지나가면 잿더미 위로 다시금 새싹이 움트기 마련. 거대한 허물을 벗어 던진 에이블 테스파이가 그렇게 내일을 향해 손을 흔든다.
-수록곡-
1. Wake me up (With Justice)
2. Cry for me [추천]
3. I can’t fucking sing
4. São Paulo (With Anitta) [추천]
5. Until we’re skin & bones
6. Baptized in fear
7. Open hearts [추천]
8. Opening night
9. Reflections laughing (With Travis Scott & Florence + The Machine)
10. Enjoy the show (With Future)
11. Given up on me [추천]
12. I can’t wait to get there [추천]
13. Timeless (With Playboi Carti)
14. Niagara Falls [추천]
15. Take me back to LA
16. Big sleep (With Giorgio Moroder) [추천]
17. Give me mercy
18. Drive
19. The abyss (With Lana Del Rey) [추천]
20. Red terror
21. Without a warning
22. Hurry up tomo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