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Love attack’ 이후 리센느의 지난 겨울은 투명한 잔향 ‘Glow up’을 남겼다. 한층 짙어진 감수성으로 채운 여름은 ‘풀향’이 가득하다. 일찍 찾아온 더위 탓에 레트로한 비트와 몽환적인 신시사이저의 온기가 더울 법도 하지만 당찬 보컬과 데자뷰처럼 반짝이는 사운드로 더위를 산뜻하게 식혔다. 계절감만이 이 감각의 전부는 아니다. 느리지 않은 템포 위 묘사와 반복으로 채운 아날로그한 가사는 첫사랑의 연두빛 기억을 꺼내준다.
자극적 요소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시청각을 자극하는 콘셉트가 난무한 지금, 가장 그들다운 모습으로 정서의 후각적 공감을 앞세운 정공법은 여유롭기까지 하다. 꾸준하게 나아가고 있는 리센느의 순간이 또 한 번 잔상을 남겼다. 작열과 갈증을 지워내고 끝내 찬란하고 싱그럽게 남을 이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