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시작된 서사의 끝이다. 심오한 세계관으로 얼터너티브 록 신에서 주목받았던 트웬티 원 파일럿츠는 힙합, 신스팝, 트립합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며 그들만의 스타일을 정립했다. 상술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꾸준히 전개한 노력은 < Blurryface >에서 달성했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자리에 복귀하며 결실을 맺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들의 결말에 관심을 가졌지만 본질은 이야기가 아닌 음악에 있어야 한다. 과연 그들이 쌓아 올린 스토리만큼 음악도 매력적일까.
내용을 모르더라도 다행히 청취에는 무리가 없다. ‘City wall’에서 그려낸 동양적인 선율은 영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빠르게 몰입도를 높인다. 개성이 뚜렷한 곡으로 포문을 연 후, 드럼을 담당하는 조쉬 던이 ‘Drum show’에서 처음으로 보컬에 참여하며 2명의 멤버 모두 조명받는 순간도 존재했다. 개별적으로 완결성을 갖춘 트랙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도 일관성을 가진다. 더블 앨범 격의 < Clancy >에서는 하나하나의 강렬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 Breach >는 상대적으로 정리된 톤이다.
절제가 돋보이기에 오히려 튀어나온 단점이 도드라진다. 원인은 여전히 그들의 강점으로 보기 어려운 랩에 있다. 비중이 높은 래핑이 멜로디와 섞이지 못한 ‘Center mass'의 샤우팅은 당황스럽고 ‘The contract’에서는 정돈되지 않은 전자음이 뒤섞이며 서정적인 다음 트랙 ‘Downstairs’와 단절되었다. ‘Cottonwood’처럼 억누른 분위기 자체에서 오는 밋밋함을 가진 트랙도 여럿 존재해 의도적인 조절인지 빈약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전작까지 합쳐 총 26개의 방대한 분량은 그들의 창의력에 물음표를 남기며 후자에 무게감을 싣는다.
이야기의 마지막이 공교롭게도 현실과 겹쳐 보인다. 세계관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주인공은 타락하며 기존의 악역을 대체하고 새로운 누군가가 등장해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반복한다는 암시로 여정이 마무리된다. 이는 < Breach >가 트웬티 원 파일럿츠의 음악에서 획기적인 발전 없이 답습하는 정도에 그친 모습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고자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강조된다. 열린 결말처럼 끝없는 순환고리에서 천천히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은 새로운 국면으로 향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단 스스로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지 않았는가.
-수록곡-
1. City walls [추천]
2. Rawfear
3. Drum show [추천]
4. Garbage
5. The contract
6. Downstairs
7. Robot voices
8. Center mass
9. Cottonwood
10. One way
11. Days lie dormant [추천]
12. Tally
13. Intenti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