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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Whom This May Concern
질 스캇(Jill Scott)
2026

by 이재훈

2026.03.14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길었다. 2015년 < Woman > 이후 적어도 음악계에서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과작의 아이콘이 된 다른 동료들에 비해 꾸준히 황금 같은 노래를 들려주었기에 그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비보였던 블랙 메시아 디안젤로의 영면과 알앤비, 소울 앨범이 차트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최근을 기억한다면 존재감이 큰 누군가가 돌아와 갑갑한 분위기를 타파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0년 만에 복귀한 질 스캇은 두려움 없이 어디로든 발걸음을 내디딘다. < To Whom This May Concern >에서 그는 여러 블랙 뮤직을 아우르는 네오 소울의 포용력을 기존보다 넓히고 해당 장르에 필요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피처링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같은 필라델피아 출신의 래퍼 티에라 왝(Tierra Whack)에게 뒤지지 않았던 ‘Norf side’에서의 랩과 재지한 리듬감을 살린 블루스 트랙 ‘Pay u on Tuesday’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변주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비롯해 ‘Offdaback’이나 ‘The math’의 빼어난 인트로는 익숙한 그루브의 반복을 한순간에 파훼한다. 


음악으로 드러난 적극성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직결된다. 첫 번째 소속사와의 계약 관련 분쟁이나 거침없는 언행으로 크고 작은 잡음을 거친 그는 전반부에서 바깥의 소음을 신경 쓰는 대신 자신에게 집중했다. 전환점은 ‘Disclaimer’다. 표면적으로 흑인 비하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 삽입된 재치 있는 면책 조항은 이어지는 ‘Pay u on Tuesday’와 연결되어 짧은 나레이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압박감을 내려놓고 국면을 확장하니 허세에 찌들었거나 돈만 좇는 ‘BPOTY’에게 강하게 꾸짖는다. 후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러한 변화를 통해 드러나며 성장의 서사를 그린다.


시선의 방향이 외부로 향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주제 의식은 안으로 향한다. 조용하지만 강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Me 4’의 킥은 1분 정도 길이에서 연달아 깊숙한 곳을 때린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는 동시에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단단함은 ‘Be great’에서 바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브라스 세션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형성하고 뒤를 받치는 가사에도 자신감이 드러나지만 무게중심은 모두 내부에 존재한다. 포근한 마무리 트랙 ‘Àṣẹ’와 ‘Sincerely do’는 자신이 깨우친 바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며 재차 확장의 과정을 거친다. 


시작을 알렸던 방식처럼 다시 모든 관계자에게 질문이 던져졌다. ‘질 스캇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이제는 말할 수 있을까. 긴 산책을 끝낸 그는 단어가 아닌 소리로 대답을 대신한다. 여전히 사람은 아름답다고 믿고 삶을 황금처럼 바라보는 태도는 변함없다. 여기에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더해진 사람이 바로 지금의 질 스캇이다. 스스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어지럽고 증오로 뒤덮인 세상에도 타인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손 내밀 용기가 필요한 지금, 우리는 이런 작품이 절실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록곡-

1. Dope shit (Feat. Maha Adachi Earth) [추천]

2. Be great (Feat. Trombone Shorty) [추천]

3. Beautiful people

4. Offdaback 

5. Norf side (Feat. Tierra Whack) [추천]

6. Disclaimer

7. Pay u on Tuesday [추천]

8. Pressha 

9. BPOTY (Feat. Too $hort) 

10. Me 4 [추천]

11. The math 

12. A universe 

13. Liftin' me up 

14. Ode to Nikki (Feat. Ab-Soul) 

15. Don't play 

16. To b honest (With JID) 

17. Right here right now 

18. Àṣẹ [추천]

19. Sincerely do

이재훈(sngov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