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Music Communication IZM

Positive Mind

더블 케이(Double K)

2004

by 주선규

2004.12.01

앨범 표지에 본인의 얼굴을 전면으로 내세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데뷔 전 리쌍과 린, 제이 등 선배 가수들의 앨범에서 피쳐링과 작사를 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온 더블 케이(본명: 손창일)는 영화 <8마일>의 랩 부분을 번역해 힙 합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온 인물이다. 본토인들의 랩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쉽게 번역한 것은 분명 미국에서 생활할 때 흑인들이 드나드는 클럽에서 몸소 쌓은 내공 탓이다.

부클릿의 모든 사진들에서 기선제압의 눈빛을 날리는 더블 케이의 첫 곡 'K-1'은 힙 합에 푹 빠진 본인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인트로 격의 트랙으로 둔탁한 베이스 위에 깔린 날렵한 랩핑이 인상적이다.

본격적으로 앨범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곡들에 리쌍의 길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리와 함께한 리쌍 시절부터 프로듀서의 자질을 선보인 길은 더블 케이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청중을 몰아치는 랩 위에 지루하지 않은 코러스를 포장해 대중적 접근성을 높인 'Nu Skool'과 속도감이 있는 비트의 '아이고', 몇 안 되는 슬로 템포의 곡으로 청취의 완급을 도와줄 '너가 날 떠나면 안되는 이유' 등, 프로듀서 길의 유연한 손놀림이 감상의 지속적인 흐름에 일조한다.

메이저에 이름을 떨치기 전부터 무브먼트 크루와 어울린 경력을 반영하듯, 바비 킴, 티, 다이나믹 듀오 등이 목소리를 보태고 있는 점 또한 본 앨범이 지닌 특색 중 하나다. 그러나 2004년 한 해 동안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앨범을 하나씩 발표한 무브먼트는 서로의 앨범에 품앗이로서 과다히 참여한 탓인지 신선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심야 쇼 프로그램의 시트콤처럼 배우들은 모두 같고, 시나리오만 살짝 바꾼 듯한 느낌. 오히려 강.약 조절이 두드러지는 솔로 곡 'Bad news'와 'Nu skool'과 같은 트랙이 좀 더 많았으면 막내의 성공적인 독립에 좀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오랜 이국 생활로 인해 영어 랩이 섞여 있는 곡들에서는 한국어 랩보다 더 강렬하고 자연스러운 플로를 발휘해 기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한국고추의 매운맛도 풍길 수 있을 듯. 무브먼트 패밀리의 뉴 페이스인 더블 케이의 데뷔 음반은 상향평준화 된 국낸 힙 합 마니아들의 귀에 강력한 블로우를 날리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시원한 잽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잽 정도는 부담 갖지 말고 맞아주자.

-수록곡-

1. K-1 (Feat. Lady-J) (작사 : 더블 케이 / 작곡: 길)

2. Climb High (feat. 바비 킴, Sean 2 Slow) (더블 케이, Sean 2 Slow, 바비 킴 / 바비 킴)

3. Hot Girl (feat. 이효리) (더블 케이, 이효리 / 길)

4. Nu Skool (더블 케이 / 길)

5. It's Time To Go (더블 케이 / 길)

6. 따블이에게 (feat. Mr. R)

7. City Hunter (더블 케이 / 바스코, 길)

8. 중독 (feat. Lee-Ssang) (더블 케이, 길 / 리쌍, Avant garde Park for Blacklotus)

9. 아이고 (But I Go) (feat. Juvie Train Of Buga Kingz) (더블 케이, Juvie Train for Buga Kings / 길)

10. 너가 날 떠나면 안되는 이유 (feat. 정표) (더블 케이 / 길, 박상혁)

11. Crazy Dance (더블 케이 /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