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와 더블케이는 국내 힙합 신에서도 거친 수컷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기로 이름난 호걸들이다. 도끼는 힙합에 투신한 이래, 묵직한 비트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강인함을 내재해왔다. 더블케이는 날카롭게 난도질하는 하드코어한 래핑이 최대 매력인 베테랑이다. 물론 둘 다 무브먼트 크루(Movement Crew)에서 연을 이었던 전력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공통분모는 사나운 남성미로 귀결되는 것이다.

릴 웨인(Lil Wayne)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쉬지 않는 작업량을 과시하는 도끼가 이번 앨범에서도 대부분의 곡을 자신의 손으로 제작했다. 구석에 숨어있던 오래된 LP를 뒤적거리며 발견한 음원들을 샘플링하여 곡의 기본 콘셉트를 조성하던 작법은 그대로 이어진다.

타이틀곡인 '21세기형 나그네'는 영화 < 대부 >를 위시한 일련의 갱스터 무비를 연상케 하는 샘플이 인상적이다. 후경에서 울리는 비장미 가득한 멜로디가, 힙합 한 길을 가기 위해서 고독도 감내하겠다는 가사와 맞물려 웅장한 감흥까지 불러일으킨다. 시리즈로 연작되고 있는 'Die legend 3'도 죽어서 전설의 이름으로 남길 원하는 담대한 포부가 응집된 결과물이다.

냉혹한 이미지만큼이나 이번 앨범은 영웅호걸과 야심가들이 모여든 양산박과 닮아 있다.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넘쳐나는 힙합계의 인물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와 셔니슬로우(Sean2slow)가 위엄을 뽐내는가 하면, 팬서비스 성격이 다분한 마지막 트랙 '힙합'의 앤섬버전에서는 두 주인공을 포함하여 열 명에 이르는 래핑의 귀재들이 규합했다. 질적, 양적의 내실을 동시에 꾀한 셈이다.

이스트코스트(Eastcoast) 스타일의 느낌이 충실하다. 최근 들어 도끼는 더티 사우스(Dirty South)에 탐닉하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파트너가 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설정하기 위하여 판을 바꾼 것이다. 그 자신이 지대하게 영향을 받은 이스트 코스트 사운드로의 회귀라 어색한 퇴행은 아니다. 두 사나이의 자부심이 축적된 강압과 엄포는 중량감 있는 사운드와 결합하여 오랜만에 남성미가 충만한 앨범을 완성했다.

-수록곡-

1. 시간이됐어 (Intro)

3. 21세기형 나그네

4. 힙합 (라랄라)

7. Lost (Feat. 박선주)

8. I'mma die legend (Interlude)

9. Die legend 3 (Feat. Tiger JK)

10. Break beatz (Feat. Rado)

11. Salute (Feat. Bumkey)

12. 힙합 (Anthem ver.) (Feat. Beenzino, B-Free, Bizzy, Jay Park, Paloalto, Swings, The Quiett & yank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