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힙합 트렌드를 대변하는 몇 가지 키워드 중에 하나는 더티 사우스(Dirty South)일 것이다. 미세하게 쪼개지는 비트가 특징이면서, 티아이(T.I), 릴 웨인(Lil Wayne)등을 슈퍼스타의 반열로 인도한 남부 지역의 화끈한 사운드는 국내에서도 적잖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반하여 국내 힙합 아티스트의 완벽한 더티 사우스 시도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남짓의 최근 일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프로듀서 겸 래퍼 도끼(Dok2)가 전형적인 더티 사우스 앨범을 발표한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프로듀싱 작업을 거쳐 그가 선택한 노선이 더티 사우스라는 사실은 그리 어색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미 또래 나이대의 경쟁자를 마땅히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삼촌뻘 나이의 힙합 뮤지션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린다고 볼 수 없는 실력에서 오는 자신감과 가장 맞닿아 있는 구역은 더티 사우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 Thunderground EP >에서 대번에 짐작할 수 있는 모토는 분명 자신감이며, 이는 더티 사우스 뮤지션들의 태생적인 본능이기도 하다. 타이틀곡인 ‘It`s me’부터 앞으로의 창대한 계획을 위한 출사표가 웅장한 신시사이저 루프 위에서 펼쳐진다. 그렇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과 지나친 나르시시즘으로 폄하되지 않는 이유는 그에게 기대되어 오던 추상적인 잠재력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끼의 성장세는 랩 스킬에서 두드러진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전달력의 영역에서 비약할 만한 진전이 발견되고 있다. 약간은 어두운 보이스 톤의 특성을 살려 차별화된 플로우 스타일을 구축한 것이 그 예이다. 가사의 측면에서 정제미가 일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I`m back’처럼 그가 국내에서 허슬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스웨거(Swagger) 트랙을 가장 맛깔나게 요리하는 래퍼 중에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사실 이전까지 도끼가 두각을 드러냈던 영역은 프로듀서의 자질이었다. 그가 주목받은 데에는 다작 프로듀서로서 쏟아낸 트랙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던 이유도 있지만, 각 트랙마다 결코 어느 하나 쳐지지 않는 완성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EP 앨범에도 당연시되어온 샘플링 작법을 지양하고 손수 제작한 비트를 당돌하게 내놓았다. 또한 ‘64%’에서 한 트랙을 64마디의 랩 가사로만 채운 시도에서는 실력증명에 앞선 강한 자존심이 느껴진다.
< Thunderground EP >는 최근에 도끼의 작업물에서 감지되어온 더티 사우스 스타일을 작정하고 응집한 콘셉트 앨범이다. 따라서 에픽 하이(Epik High)가 이끄는 맵 더 소울(Map the soul)로 레이블을 옮기고 발표하는 첫 앨범이지만 음악 스타일의 변화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스스로를 한국 힙합의 나침반이라고 일컬은 그가 추후 정규앨범에서 가리킬 지향점은 어느 곳일지 기대가 적지 않다.
-수록곡-
1. I`m back
2. You don`t know
3. It`s me
4. Beyond
5. 훔쳐 (Feat. Double K) [추천]
6. 64% (Feat. Beatbox DG)
7. 마지막 (Feat. Mr. Gordo)
8. It`s me (Feat. Tablo, Mithra, MYK - Map the soul ver.)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