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Utero>는 1994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상 후보에 올랐다. 앨범에서 싱글로 나온 'All apologies'는 1995년 그래미 시상식 베스트 록 퍼포먼스(Duo or Group with Vocal)와 베스트 록 노래부문 후보에 선정되었다.
'십대의 분노는 값을 다 치렀다.' 너바나의 마지막 정규앨범 <In Utero>의 첫 번째 트랙 'Serve the servants'의 첫 소절이다.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이 노래를 통해서 자신들의 상업적 성공이 궁극적으로 그룹을 망치고 있음을 암시적으로 토로했다.
이와 같이 <In Utero>는 커트의 쓸쓸한 고함, 시비조의 반항적인 펑크, 게라지 밴드 시대를 향한 비감성적 퇴행적 복고, 조야하며 꾸밈없는 로큰롤 모태로의 회귀를 지향한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너바나(Nirvana)는 '얼터너티브'에 대한 무조건적 신봉과 상업화된 록의 관념에 대해 진정한 사회적 낙오자의 심정으로 싹 쓸어 버려야한다고 격분의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픽시스(Pixies: 너바나 사운드의 고향) <Surfer Rosa>(1988)의 제작 자였던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가 프로듀스를 맡아 너바나 원류의 생생하고 야성적인 사운드를 있는 그대로 부각시켰다. 상업성이 치밀하게 계산된 부치 빅(Butch Vic)의 깔끔한 팝적 멜로디와는 완전히 갈라선 순수한 노이즈의 탐닉이 바로 그것. 드러머 데이브 그롤(Dave Grohl), 베이시스트 크리스 노보셀릭(Chris Novoselic)의 연주가 기타리스트, 보컬리스트, 송라이터 커트 코베인의 을씨년스런 보컬과 경쟁하듯 으르렁대는 사운드의 혼합은 산산이 찢기고 조각난 분노와 고통의 구토물이다.
커트 자신의 내적 취약성을 분노에 실어 날려버린 'Heart shaped box'와 'Raped me'는 너바나의 전형적인 약 강 약 강 곡 진행이 매력적인 대표트랙. 'Scentless apprentice' 역시 코베인의 내면적 심정을 애끓는 보컬과 의외로 정돈된 기타 파워코드 그리고 불협화음 적 멜로디의 평균율로 표현해냈다. 자박자박 밟아대는 듯한 커트의 기타연주와 애매한 가사는 너바나를 악명(?)높게 만든 커트의 육체적 정신적 불안과 혼란 그리고 좌초를 대변한다.
결국 그룹의 성공을 자축하는 대신 너바나는 이 앨범을 통해 명예, 갈채, 부가 그들의 해방구가 절대 아니었음을 시사한 강력한 경계의 메시지를 전달코자 한 것이다. 커트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얘기했던 앨범에 수록된 모든 트랙이 완벽한 조합을 이룬 2집 <Nevermind>의 화려함을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본 앨범의 전반적 특징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낡고 다듬어지지 않은 본연의 사운드를 통해 자위적 만족감을 표출한 너바나의 실질적인 유작에서 그들이 말하고자 한 진정한 속내는, 그룹 음악인생의 진핵이 한동안의 성공 기간이 아닌 몇몇 그런지 클럽을 전전하며 소수의 팬들 앞에 섰던 그때에 있었다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으로 돌아간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결정체 <In Utero>는 이처럼 강렬하고 너무도 진솔했다.
-수록곡-
1. Serve the Servants
2. Scentless Apprentice
3. Heart Shaped Box
4. Rape Me
5. Frances Farmer Will Have Her Revenge on...
6. Dumb
7. Very Ape
8. Milk It
9. Pennyroyal Tea
10. Radio Friendly Unit Shifter
11. Tourette's
12. All Apolog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