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의 디스코그라피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앨범. 발매와 동시에 영국 차트 1위, 미국 차트 2위를 기록, 영국 촌구석의 청년들을 전 세계적인 명사로 탈바꿈시켰다. 이 작품에서 밴드는 초기의 포스트 펑크, 중기의 고딕 씬을 통과해 깔끔한 기타 팝으로 자신들의 면모를 일신시켰다. 고딕과 팝의 혼성물이었던 <Disintegration>(1989)의 성과를 대중적인(결코 나쁜 의미에서가 아닌) 방향으로 더욱 밀어붙인 결과인 것이다.
'Friday I'm in love'에서의 팝적인 훅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전까지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곡 전반을 흐른다. 'Wendy time'에서의 발랄한 이미지는 과연 큐어의 앨범이 맞는지 의구심을 일으키게 할 정도이다. 하지만 대중적인 흐름을 관통한다고 해도 문제의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제목에서부터 연상되듯 'From the edge of the deep green sea'에서의 광대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자신들은 단순한 팝 밴드와는 격이 다르다고 웅변하고 있는 듯 하다. 'Cut'에서의 록적인 강렬한 이미지 또한 자신들만의 아이덴터티(Identity)를 확립시키는데 일조한다. 게다가 인간관계의 여러 측면들을 묘사한 가사는 앨범을 신중하게 다시 한번 들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음악적, 상업적 측면 모두를 함께 고려할 때 단연코 전성기 시절의 큐어를 대변하고 있는 앨범이라 할 만하다. 로버트 스미스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들이 왜 팝적인 음악과 실험적인 음악을 구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둘을 결합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
-수록곡-
1. Open
2. High
3. Apart
4. From the Edge of the Deep Green Sea
5. Wendy Time
6. Doing the Unstuck
7. Friday I'm in Love
8. Trust
9. A Letter to Elise
10. Cut
11. To Wish Impossible Things
12.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