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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1986

by 임진모

1994.06.01

80년대 사람들과 그 정신에 대한 다각도 분석

수록곡 '슬레지해머'(Sledgehammer)가 영미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널리 알려진 앨범이다. 상업적 성공으로 인지도가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빅 히트를 목적으로 만든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줄만큼 '생경한 곡조'와 '신경쓰게 하는 테마와 착상'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앨범에 일관되어 흐르는 것은 80년대와 그 시대 사람들의 정신상태에 대한 다각도 분석이다. 그러면서 80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을 슬쩍 끼워 넣고 있다.

난 내 길을 걷지, 난 성공하고 있지. 난 보여야만 해.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내 차는 커지고 있어. 내 집도 커지고 있어. 내 눈도 커지고, 내 입도 내 배도 커지고 있어. 내 은행구좌도. 바로 때는 왔어. 때는 왔어. '빅 타임'(Big time)

이 곡은 80년대 사람들의 과잉욕구에 대한 조롱이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의 자아를 지배적 자아와 복종적 자아로 보고, 둘 모두를 피해야 할 극단으로 주장한다. '밀그램의 37'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곡 '우린 들은 것을 하지'(We do what we're told) 는 '빅 타임'이 지배적 자아를 상징하는 것과 반대로 복종적 자아를 묘사하고 있다. 이 곡은 한 대학의 교육효과 실험을 모델로 했는데 그 실험은 교사의 전기충격 형태의 교육법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해롭다고 인식된 극단적 형태가 교육효과 전달을 가져온다는 내용이었다. 해롭다고 인식된 극단적 형태가 교육효과 전달을 가져온다는 얘기인데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은 '배우는 자의 복종적 자아'가 가져올 극단적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

복종적 자세에 대한 피터 가브리엘의 거부감은 '포기하지 말아요'(Don't give up)에도 나타난다. 이 곡은 미국 사진작가 도로디어 랜지가 찍은 공황기 사진에 영감을 얻어 파업중인 영국의 탄광노동자들을 위해 쓰여졌다.

...그러나 당신들이 져버리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포기하지 말아요. 친구가 있잖아요. 당신들은 아직 진 것이 아니에요. 포기하지 말아요. 난 당신들이 해낼 수 있음을 알아요.

영국의 최고 여가수 케이츠 부시(Kate Bush)와 듀오로 부른 이 곡은 드높은 서정성 때문에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렸다.

당시 그의 '피지배'에 대한 관심은 제3세계의 음악을 가리키는 월드 뮤직에 대한 헌신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미 82년 '음악예술과 무용의 세계'(World of Music Arts and Dance:WOMAD) 페스티벌을 조직, 영미음악을 넘어 제3세계 음악에 투신했으며 유명한 곡 '비코'(Biko,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시인겸 운동가로 인종 분리 주의자에 의해 피살되었다)는 실제 남아프리카 공화국 현지 음악인과 함께 레코딩한 것이었다. 따라서 피터 가브리엘은 80년대 중반 위세를 떨친 '월드뮤직' 붐의 주역으로 리틀 스티븐, 폴 사이먼, 데이비드 번(그룹 토킹 헤즈의 리더) 등과 같은 선상에 위치한다. 이 앨범의 '네 눈에'(In your eyes)에서 그는 세네갈의 유명가수 유수 누두르(Youssou N'Dour)를 초청, 게스트 보컬로 참여시켰다.

피터 가브리엘은 이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예수 최후의 유혹>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제작하는 등 활동을 계속했으나 이 음반의 신화(2백만 장 이상의 판매)를 재창조하지는 못했다. 그의 관심은 성공적인 앨범을 만드는 것이 아닌 'WOMAD, 음악예술과 무용의 세계' 활동에 쏠려있었다. 피터 가브리엘은 현실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업적 가치가 전부였던 80년대 팝계의 '괴짜'였다.

그리고 이 앨범은 때로 괴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록곡-
1. Red Rain
2. Sledgehammer
3. Don't Give Up
4. That Voice Again
5. In Your Eyes
6. Mercy Street
7. Big Time
8. We Do What We're Told
9. This Is the Pictures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