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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이따요
장윤정
2006

by 이대화

2006.10.01

장윤정 표 트로트의 청사진

장윤정이 주현미만큼 노래를 잘했다면 아마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머나'의 매력은 '미숙함'이 '순수함'으로 환기되는 순간의 재미, 그 속에 묻어있는 유치한 동요적 분위기에 있었다. 장윤정도 이 점을 잘 간파한 것 같다. 세 번째 음반의 타이틀 곡 '이따 이따요'는 트로트 특유의 구성진 꺾는 맛을 반감시킨 대신에 귀엽고 발랄한 시원함을 강조했다. 예전의 창법에서 '우는 얼굴'이 떠올랐다면, 이번엔 '발랄한 웃음'의 표정이 떠오른다.

꺾는 것을 절제하다보니 보컬의 힘과 한(恨)의 감정적 파워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윤정이 줄곧 '재밌는' 노래를 불러왔음을 기억한다면, 자기 노래에 가장 잘 맞는 창법을 찾아낸 진일보라 보는 것이 옳다. 특정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딱 맞는 표현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일관성'의 논리를 체득한 결과다. 선배들의 유산을 무조건 따라만 하는 것에서도 벗어난 만큼 스스로의 만족감도 클 것이다.

'이따 이따요' 말고도 거의 모든 곡들에서 같은 지향이 발견된다. '첫사랑' 같은 곡은 예전 같으면 마흔 살의 어른인 양 구수하게 불렀겠지만, 이번엔 대중들에게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대로 귀여운 막내같이 부르고 있다. '천생연분'도 마찬가지다. '어머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으면서도 창법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소은이 좀 더 트로트적으로 부른다고 느낄 정도다.

비록 '고수레', '가슴으로 울었네'를 들어보면 예전의 모습이 꽤 남아 있긴 하지만, 최대한 절제하려는 느낌이 역력하다. 비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장윤정의 내놓은 이 변화의 결과물이 비록 인생의 쓴맛을 담은 트로트 고유의 멋과는 상충할지 모르나, 자신의 색깔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인정할 만하다. '트로트'가 아닌 '장윤정 표 트로트'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트로트 열풍이 사실은 바로 이 '장윤정 표 트로트'란 것을 감안하면, 잠깐의 열병에 불과해보이던 이 현상이 마침내 자신만의 개성까지 획득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장윤정은 '시작'을 이뤄냈고, 그에 걸맞는 '형식'도 찾아내고 있다.

행여나 우려되는 점은 대중들이 사실은 '한'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장윤정의 이중적인 목소리에 반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구성지고 애달픈데, 한 편으론 발랄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던 그 분위기를 좋아했을 수도 있다. 지독히 슬픈 가사를 담으면서도 업 템포의 클럽 음악이었던 김현정의 히트 사례에서처럼 말이다.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어쨌든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와 성실한 자기 고민이 느껴지는 알찬 앨범이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1. 이따, 이따요 ( 작사 : Minuki, 박진형 / 작곡 : 박진형 )
2. 첫사랑 ( 정의송 / 정의송 )
3. 어부바 ( 최비룡 / 정의송 )
4. 재 ( 장윤정 / 이승한 )
5. 고수레 ( 최비룡 / 손상욱 )
6. 아네모네 ( 최비룡 / 최종은 )
7. 천생연분 ( 김정묵 / 김정묵 )
8. 알아요 ( 김정묵 / 김정묵 )
9. 너도 나처럼 ( 장윤정 / 유태준 )
10. 가슴으로 울었네 ( 김지평 / 박영진 )
11. 목마른 사슴 ( 정진성 / 정진성 )
12. 황진이 ( 장태민 / 장태민 )
13. Call me ( 최비룡 / Deborah Harry, Georgio Moroder )
이대화(dae-hwa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