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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falls
피아(Pia)
2007

by 박효재

2007.07.01

부침을 거듭하는 요즘 음악계의 키워드는 단연 생존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콘이나 림프 비즈킷을 모델로 하는 강성의 랩 메탈 스타일은 더 이상 매력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던 것일까. 2집 때부터 시작된 멜로디를 중시하는 피아의 경향은 이제 절정에 다다른 것 같다.

명징한 멜로디의 구현은 전적으로 건반의 효과적인 사용에 기인한다. 오락가락 하는 피아노 선율이 반복되는 'Golden flower'가 좋은 예다. 불안한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 포근한 프로그래밍으로 시작되는 'Galaxy'도 건반의 영롱한 기운을 머금은 채 말끔한 질감을 자랑한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후렴구가 매력적인 'Leaving wonderland'의 경우, 지글대는 기타 속에서도 건반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으며 특유의 맑은 컬러를 자랑한다. 멜로디를 중시하며 건반 파트를 대폭 늘였지만 록 본연의 생생한 에너지는 여전하다.

하드록의 시원한 느낌과 간간히 들리는 신시사이저의 몽롱함이 잘 어우러진 'Black fish swim'의 균형감 있는 사운드는 앨범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다채로운 사운드 이펙트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Masquerade parade'의 경우 거친 질감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Juicy crasher'의 무게감 있는 사운드와 속도감은 꽤 짜릿하다. 끊어 치는 기타와 샤우팅이 묘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The new axis'의 박력은 단연 압권이다.

멜로디를 중시하여 듣는 이의 감성에 곧바로 호소하면서도 록의 활기를 같이 가져가는 현명함은 놀랍다. 다른 사람의 이름에 기대(이를테면 조력자인 서태지나 이들의 역할 모델처럼 여겨지던 콘이나 림프 비즈킷) 실력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항간의 비난은 확실히 잠잠해질 것 같다. 물론 이모코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완전히 창의적인 방법론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영미 밴드들과는 분명 감수성이 다르다.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일이다.

-수록곡-
1. Walk in waterfall
2. Black fish swim
3. Masquerade parade
4. Galaxy
5. Jasmine
6. Warp gate from the bebop
7. Juicy crasher
8. Golden flower
9. Leaving wonderland
10. The new axis
11. The oracle
12. Be slow and beautiful
13. Black fish swim
박효재(mann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