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Nell)에 이어 '서태지 컴패니' 2호 가수인 피아(Pia)는 이제 2집을 발표했지만 공들인 시간이 꽤 길었던 밴드다. 1998년 부산에서 결성, 몇몇 인디 음악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하고 크래쉬(Crash) 출신 안흥찬의 프로듀스 아래에서 2001년 1집 <Arrogant Empire>을 발표했던 그들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우물만 파며 지조를 지켰다(?). 오랜 절개와 함께 라이브 무대에서의 역동성은 서태지라는 교주에게 매혹처럼 다가왔다.
뉴 메탈(New Metal), 혹은 뉴 록(New Rock)을 추구하는 이들의 음악은 린킨 파크(Linkin Park), 콘(Korn)의 미국 밴드들에게서 모델을 찾을 수 있다. 록에 랩을,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소리 효과(혹시 소음?)을 섞은 이 음악은 피아에게 흡수되어 더욱 어두워져만 갔다. 괴성으로 점철된, 무겁고 탁한 느낌의 이들의 음악은 때론 듣는 이들에게 묘한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 굳이 색깔로 표현한다면 잿빛에 가까울까.
묘한 전자음으로 시작하는 'Cause(Can't resist)', 끈적한 숨소리로 시작하는 'Pipe boy', 난데 없는 맑은 통기타로 시작하는 'Green river' 등 "시작" 만큼은 약간의 차별화를 가하지만 결국은 어둠으로 끝나는 곡들 일색이다. 타이틀 곡 'Gloomy sunday'는 그나마 서정적이지만 가사의 슬픔조차 분노에 가깝다. 긴장을 풀어선 안된다. 어느 순간 기타와 베이스, 드럼은 무기가 되어 귀와 머리를 짓누르고야 만다. 물론 보컬 요한의 목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만큼 힘들고 고된 샤우팅이야말로 피아의 독특한 감각이다.
큰 굴곡없이 어둠의 소리로 열한 곡을 채우는 피아의 <3rd Phase>는 다분히 매니아적이고 컬트적인 음반이다. 많은 대중 앞에서의 어필은 다소 걱정이 되지만,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음습한 곳에서 소수의 팬덤과 호흡하던 이들이 실력을 인정해 준 넉넉한 제작자를 만나 더 넓은 물을 찾아 손짓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피아의 빛은 피아 스스로가 아니라, 귀가 열린 우리들이 밝혀줘야 하지 않을까?
-수록곡-
1.소용돌이 (04:00)
2.융단 (04:21)
3.Gloomy Sunday (04:24)
4.Where I [m] (03:34)
5.Cause (Can't Resist) (03:49)
6.유리턱 (03:20)
7.Pipe Boy (03:31)
8.Recycle Joe (03:32)
9.Kick Flip (03:35)
10.Green Rivers (04:37)
11.Triangle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