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아의 공연을 직접 본 일이 있다. 십년의 경력, 수많은 록페스티벌에 올랐던 이력을 자랑하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다수 관객과의 호흡이 어려워보이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히트곡 부재'. 피아의 발목을 붙잡는 악령은 이번에도 떠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장점이 많이 보이는 앨범이다. 가장 눈에 띄는 미덕은 이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전까지 피아의 음악이 공연장 맨 앞줄의 몇몇 소수 마니아들만을 움직이는 음악이었다면 (인정하자. 한국은 메탈 강국이 아니며, 뉴메탈 강국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에는 음악을 보고 듣는 모두를 함께 뛰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고나 할까. 강성(强性) 사운드의 모던화는 4집 < Waterfalls >에서도 보이던 변화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확실해진 느낌이다.
보컬 옥요한부터가 더 이상 그로울링 창법으로 노래하지 않으며, 연주에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비중도 어느 때보다 높다. 사실 피아의 데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변화일 것이고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수 일부는 '변절'이라 손가락질할지도 모를 정도의 변화다. 뉴메탈의 선두 림프 비즈킷(Limp Bizkit)과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오프닝 밴드로 섰던 이력도 있는 이들이 신스팝 뺨치게(!) 말랑한 '소년'이나 모던 팝 'Doors' 같은 곡들을 부르다니.
개인적으로는 뉴메탈이 맥을 못 추는 지금 시점, 이런 음악 또한 이들의 훌륭한 대안책으로 보이며, 강렬하던 팀의 색깔을 '와해'시켜 놓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로킹하지 않은가! 댄서블한 타이틀 'Yes you are'와 이모코어적 성향의 'Blue'는 그룹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록) 확실시하는 곡들이다. 적당한 로킹함과 적당한 감성적 접근은 빛나는 절충주의의 산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멜로디가 '꽂히는' 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곡이라면 타이틀인 'Yes you are'와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되었던 '소년' 정도일까. 한 번 듣고 아니다 싶으면 파일을 휴지통으로 드래그 해버리는 세상에, 핵심 멜로디가 귓가에 쉽게 머물지 않는 음악을 한다는 사실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기왕 눈을 좀 더 대중적인 것에 맞추었다면, 이제는 멜로디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할 때로 보인다.
-수록곡-
1. Get five
2. Yes you are [추천]
3. Please tell me
4. Think
5. B.E.C.K [추천]
6. Blue [추천]
7. 소년 [추천]
8. Doors
9. Eden
10. Chapter 7: When you get t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