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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y Who Knew Too Much
미카(Mika)
2009

by 성원호

2009.10.01

미카(Mika)의 데뷔앨범 < Life In Cartoon Motion >은 정말이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앨범 아트워크와 더불어 음악 자체도 총 천연색이었을 뿐더러, 다소 방정맞지만 개성 넘치는 목소리까지, 데뷔작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한 작품이었다. 높은 앨범 판매고와 더불어 'Grace kelly'가 아일랜드 레코드의 50주년 기념음반에 수록되면서, 그는 어느덧 레이블의 현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때문에 두 번째 앨범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적잖은 고민에 휩싸였을 것이다. 민숭민숭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가차 없이 소포모어 징크스의 낙인이 찍힐게 뻔했다. 스타일의 고수냐, 변화냐. 어느 쪽을 택하건 뛰어난 데뷔작과의 비교를 피할 길 없던 상황에서 그는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되 약간의 변화를 택했다.

첫 싱글 'We are golden'이 이를 뒷받침한다. 곡과 보컬 모두 조금 더 과감해지고, 풍성해지고, 가팔라졌으며, 따뜻해졌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삭막하지 않은 점은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곡의 초반만 본다면 전작의 'Relax (Take it easy)'와 유사한 'Rain'도 마찬가지다. 올망졸망한 전자사운드로 전개되는 점은 다르지 않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곡을 구성하는 사운드는 다양하고 과감해진다. 디스코 풍으로 변화하는 곡의 뒷부분과 궤를 같이 하듯 미카와 백보컬의 하모니 또한 달달하고, 풍성하다.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싱크로율 100%의 인상적인 보컬을 선보이는 'Dr. John'이나 'Touches you'도 더 없이 발랄해 자연히 흥을 돋운다.

그렇지만, 거침없이 뜀박질하다가도 가끔씩은 여유롭게 거닐 줄도 알았으면 한다. 몇몇 곡은 너무 과한 사운드와 보컬을 한꺼번에 담고 있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게다가 데뷔작에 비해 다소 약한 멜로디 때문에 곡은 단번에 귀에 착 달라붙지 않는다. 앨범의 도처에 참한 발라드 곡과 감성적인 트랙을 배치했지만, 그 사이 포진된 곡들 때문에 앨범 전체 분위기는 폭주기관차처럼 숨 가쁘고 불안한 감이 없지 않다.

이 박학다식한 소년에게 단 한 가지 필요한 것은 바로 완급 조절 능력이다. 곡에서 자신의 모든 면을 친절히 선보일 필요는 없다. 자칫하다간 쉬운 남자처럼 싫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적당히 감출 줄도, 분배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미카가 단지 많이 아는 소년에서 많이 아는 것을 제대로 쓸 줄 하는 남자가 되었을 때, 대중은 그를 더욱 더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수록곡-
1. We are golden [추천]
2. Blame it on the girls
3. Rain [추천]
4. Dr. John
5. I see you
6. Blue eyes
7. Good gone girl
8. Touches you [추천]
9. By the time
10. One foot boy
11. Toy boy [추천]
12. Pick up off the floor

트랙 1, 2, 4, 6, 8, 12 작사, 작곡: Mika
트랙 3, 7, 11 작사, 작곡: Mika, Jodi Marr
트랙 5 작사, 작곡: Mika, Walter Afanasieff
트랙 9 작사, 작곡: Mika, Imogen Heap
트랙 10 작사, 작곡: Mika, Rob Davis

전곡 프로듀싱: Mika, Greg Wells
트랙 9 프로듀싱: Imogen Heap, 추가 프로듀싱: Mika, Greg Wells
성원호(dereksung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