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데뷔도 제대로 하지 않은 자의 이력이 맞나 싶다. 비오비(B.o.B)의 'Nothin' on you', 트래비 맥코이(Travie Mccoy)의 'Billionaire'의 피쳐링과 이 두 곡을 비롯해, 케이난(K'naan)의 'Wavin' flag', 씨 로 그린(Cee Lo Green)의 'Fuck you'의 공동 작곡 등 두말해야 입만 아픈 내용들이다. 이처럼 어느 샌가 자신의 해로 탈바꿈된 2010년이 저물기 전 시기적절하게 이름을 건 첫 작품이 나왔다. 돋보기에 햇빛이 모여들듯 이 한 장의 시디에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같은 입장에 있던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 Pink Friday >에서 주춤대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쪽은 다행스럽게 대중들의 들을 권리를 배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사스러울 정도다. 선율에 대한 독점권을 과시하듯 내어놓는 바닐라 맛의 멜로디에 캐러멜 향의 보컬이 덧씌워져 달콤함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코드 4개의 심플함이 빌보드와 UK차트를 정복함은 물론, 팝에는 낯설었던 이마저 빠져들게 할 기세다.
고무적인 것은 다양한 장르를 교배시켜 우수한 품종을 탄생시켰다는 데에 있다. 타이틀에서도 나타나듯이 자신의 음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두왑(Doo-Wop) 사운드를 기조로 알앤비, 힙합, 소울을 한데 섞었고, 여기에 하와이 출신 자격으로 습득할 수 있었던 레게의 씨앗 또한 심어 놓았다. 이것이 '브루노 마스 스타일'의 제조공정이다.
이러한 융합과정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대중적 감성의 획득을 전제로 하는 작곡능력이 한 몫 했다. 그가 속한 프로듀싱 팀 스미징톤스(The Smeezingtons)의 역량은 분명 뚜렷한 가시권 내에 있다. 심플함을 모토로 해답을 찾으려 하는 자세는 그의 음악이 쉽게 대중들 속으로 파고 들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했다.
노래 실력도 여러 곡에서 확인했듯 풋내기와는 거리가 멀다. 허스키한 팔세토 보이스가 옛 소울음악을 견지하게 하며, 조그마한 감정의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이 노래로의 집중을 이끈다. 잠깐 듣더라도 다시 찾게 만드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다만 한곡이 두곡이 되고 한 번의 감상이 세, 네 번의 감상이 되어 가면서 장기적인 생명력 보다는 성과주의를 견지한 듯한 일정한 텐스가 2010년 최고의 데뷔앨범을 '올해의 앨범'으로 격상시키는 데에 있어서 장애물로 작용한다. 싱글에서 만났던 익숙하고 친숙한 모습은 있지만 새로운 것이 없는 탓이다. 예상 가능 범위에 안착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비트에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연상되는 'Grenade'에서는 사랑을 과격하게 읊조리며, 이와 반대로 'Marry you'에서는 콜드플레이(Coldplay)류의 사운드를 참조해 연인의 마음을 홀린다. 밥 말리(Bob Marley)의 아들인 데미안 말리(Demian Marley)가 참여함으로서 더욱 레게로의 진정성을 획득한 'Liquor store blues'는 술 한 잔에 삶의 아픔을 덜어 놓고, 은혜 갚은 씨 로 그린과 비오비의 개성이 한데 어우러진 'The other side'로 절정의 순간을 맞으며 대미를 장식한다.
밑그림은 너무나도 멋지게 그려졌다. 어떻게 채색할 것인지 혹은 어디에 명암을 줄 것인지가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직격탄을 피할 보호색 부여의 여부를 결정할 듯하다. 잘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해도 좋겠지만, 목소리의 적용범위가 넓은 만큼 역상성의 재료와 함께 피치를 끌어올리는 시도의 감행이 바람직해 보인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은지라 씁쓸하면서도 풍미가 있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유에서다. 순식간에 거둬버린 대성공이 과연 그의 성장판이 될지 아니면 발목을 잡을지, 그의 고민은 벌써부터 시작되었을 듯싶다.
-수록곡-
1. Grenade
2. Just the way you are [추천]
3. Our first time
4. Runaway baby [추천]
5. The lazy song
6. Marry you
7. Talking to the moon
8. Liquor store blues (feat. Damian Marley) [추천]
9. Count on me
10. The other side (feat. Cee Lo Green, B.o.B)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