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Unorthodox Jukebox
브루노 마스(Bruno Mars)
2012

by 이수호

2013.01.01

천국으로 이끄는(‘Locked out of heaven’), 마치 고릴라처럼 격렬했던(‘Gorilla’) 당신과의 섹스를 찬미하기도 하고 다른 남자의 곁으로 보내버린 자신의 실수에 후회해보기도 한다(‘When I was your man’). 그런가하면 두툼한 지갑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자를 만나보기도 하고(‘Money makes her smile’) 돈만 가지고 달아난 여자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하니(‘Natalie’)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예전의 브루노 마스가 아니다.


사랑이라면 목숨도 바칠 것만 같던 앳된 로맨티스트는 2년 전의 자리에 남겨두고 180도로 바뀐 브루노 마스(Bruno Mars)로 다시 등장했다. 모습만으로도 환상적이라던 ‘Just the way you are’나 들뜬 기분으로 프로포즈를 건네는 ‘Marry you’, 처음의 순간을 소중히 아로새기는 ‘Our first time’과 같은 구애의 메시지가 전작에 달콤히 깔려있었다면 신작은 정반대다. < Unorthodox Jukebox >에서는 에로스의 색(色)도 안아보고 실연의 독(毒)도 품어본다.


무슨 일 있었나보다 싶은 괜한 억측은 접어둔다 하더라도 음악에 생긴 변화에 만큼은 추측의 눈길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뮤지션이 직접 이전과는 다른,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풀어보겠다고 언질까지 남겨두었으니 변동의 여부는 확실하다. 그동안의 관습에서 탈피했다는 ‘unorthodox’라는 음반의 수식어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비단 가사뿐만이 아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멜로디 포진에 중점을 두었던 < Doo-Wops & Hooligans >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에는 리듬의 구성과 운용에 더 많이 신경을 쓴 흔적이 드러난다. 엇박에서 진입하는 인트로부터 시작해 시종일관 독특한 비트감으로 듣는 사람을 사로잡는 ‘Locked out of heaven’이나 업 템포의 사운드 너머로 펑크(funk) 리듬이 배치된 ‘Treasure’는 이러한 흐름의 확실한 증거이며 공격적인 퍼커션 라인의 ‘Natalie’ 역시 배제할 수 없는 트랙이다.


메시지를 전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다소 의문점을 표할 수도 있겠으나 싱어송라이팅의 결과물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 없다. 브루노 마스는 소위 곡을 잘 뽑아낼 줄 아는 실력 있는 뮤지션이다. ‘When I was your man’은 여전히 여성들의 마을을 동하게 할 수 있는 애잔한 발라드 곡이며 일렉트로니카의 느낌이 밴 ‘Moonshine’과 전작의 레게 넘버 ‘Liquor store blues (Feat. Demian Marley)’의 잔향이 남아있는 ‘Show me’는 다재다능한 역량을 짚어내는 지표이다. 더구나 그는 훌륭한 목소리도 갖고 있지 않던가. 1960년대의 소울을 떠올리게 하는 ‘If I knew’는 보컬만으로도 황홀하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와 그가 소속된 프로듀싱 팀 스미징톤스(The Smeezingtons), 그리고 여기에 가세한 프로듀서 디플로(Diplo) 등이 주조한 사운드의 수준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번 작품 역시 수작이다. 다만 앨범을 평판을 가름할 분수령은 분명히 존재한다. 부드러운 멜로디 메이커로부터 꾀하는 이미지 변신이 통할지 안 통할지, 관건은 여기에 달려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평단들도 다소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전작 못지않다. 영국 앨범 차트와 미국 빌보드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이고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거뜬히 Top 10 안에 진입하는 등 쾌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싱글 ‘Locked out of heaven’도 또한 빌보드 넘버 원 싱글로 기록되었다. 브루노 마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의 효력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갸우뚱하게 만드는 컨셉 변신임에는 분명하나 당혹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음반의 완성도가 뛰어나니 소구력 획득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물음표보다도 느낌표가 큰 작품이다. < Unorthodox Jukebox >에서의 우려는 조만간 새로운 기대감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일정 수준을 상회하는 결과물이 계속 나온다면 이미지의 다각화야 말로 음악 팬들을 설레게 할 흥미로운 요소이니 말이다. 브루노 마스는 그만한 역량을 가진 아티스트다.


-수록곡-

1. Young girls

2. Locked out of heaven [추천]

3. Gorilla

4. Treasure [추천]

5. Moonshine

6. When I was your man [추천]

7. Natalie

8. Show me

9. Money makes her smile

10. If I knew [추천]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