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쳐링의 원조를 받을지언정 이로 인해 자신들의 존재감이 흐려지는 오류는 없다. 래퍼라는 자가 의식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넋업샨이 주축이 되는 그 무게감에 어긋남 없이 이들의 신곡은 덕분에 여전히 좋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신스 사운드에 비중을 둔 몽환적 분위기에 탄탄한 래핑을 얹어 자칫하면 통속적으로 빠질 수 있는 곡을 멋지게 꾸며 놓았다.
상대적으로 보컬의 비중이 커져 ‘그림자 소녀’나 ‘L. I. E(Love is Everywhere)’ 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압도적인 에너지는 살짝 반감되었다. 그래도 자신들의 뮤지션십을 진부한 가요계에 쉽사리 헌납하지 않는 행보가 그 허전함을 기대감으로 바꾸어놓는다. 경력만큼이나 긴 터널을 지나 조금씩 보이는 사람들의 환호성 역시 그 고집에 대한 결과물일 터. 정체성과 대중성의 이상적이고도 손색없는 화학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