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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XX
지드래곤(G-Dragon)
2012

by 황선업

2012.09.01

일반적인 뮤지션들의 음악이 반주라는 배경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려는 음각 판화라면, 지드래곤의 그것은 어떠한 소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전면에 본인의 이름을 남긴채 나머지 고무판을 알맞게 깎아 내는 양각 판화다. 마룬 5(Maroon 5)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This love’는 각각의 프레이즈로 익숙한 음조들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결과물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그의 장기는 다름 아닌 ‘주어진 MR에 맞게 자신만의 래핑과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 느꼈고, 개인적으로 그 생각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YG에서의 신곡 작업이 반주트랙을 고르는 과정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지드래곤은 참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잘 고른 아이돌 가수 중 한명일 것이다.


이 곡은 그러한 노선의 연장이다. 곡의 기본은 단순한 통기타 리프지만, 그 위에서 보여주는 타이트한 구성, 분위기에 맞게 가사와 멜로디를 매칭시키는 감각은 앞서 언급한 ‘This love’에서 발견했던 재기발랄함에 가깝기 때문이다. 음색과 가창력의 한계 상 뒷목이 뻣뻣해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일은 없지만, 자신의 장점을 필요할 때 꺼내드는 그 시의적절성은 ‘그래도 보통내기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한가지 드는 의문은 굳이 이 곡을 뻔하다 못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19세 마케팅’으로 장식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전체적인 맥락 없이 한 단어만으로 청소년 청취 불가 판정을 내리는 심의기관이나, 그걸 10대들을 향한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YG나. 그야말로 오십보백보. 오랫동안 울려 퍼지기엔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는 것을 본인들이 먼저 눈치 챘다면 할 말은 없다. 감성과 감각이 엇박자를 이루는, 잠깐 듣고 말 노래가 또 하나 늘었다.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