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Übermensch
지드래곤(G-Dragon)
2025

by 손민현

2025.03.11

모두가 기다렸다고 말했고 그는 힘과 집을 읊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유쾌한 얼굴에 한 손에는 두꺼운 철학책을 쥔 채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유명한 개념에 삶을 투영한 시도 자체는 놀랍지만 기대감과 위화감이 동시에 자욱하다. 대중음악을 하나의 이상적 인간상에 은유한 복합 예술 < Übermensch >의 판단 준거는 스스로에게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도, 가장 핵심이어야 할 음악에게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탓이겠다. 돌아온 이에게 품는 환희와 실망의 층위가 불분명한 근본적인 이유다.


‘위버멘쉬’의 가치 판단 기준은 자기 논리와 인생관이다. ‘Po₩er’의 랩에 새겨진 건재함과 과시, 앨범을 관통하는 끈적한 애정사는 지드래곤식 음악 발화의 시작점이자 최종 단계로 확실히 그가 추구한 절대미는 줄곧 사랑과 리듬이었다. 브루노 마스는 대중음악의 플라톤이요, 위켄드는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철저한 팝 일반론이다. ‘신곡’을 인용하면서까지 써 내린 < 권지용 >의 하강과 몰락의 이미지는 재창조와 상승의 위버멘쉬로 탈태했지만, 풍파를 딛고 일어난 K팝 초인의 음악은 거룩한 뚝심을 유지한 것이다.


사랑과 리듬으로 가득 채운 주제 의식이 애석하게도 횡보하는 음악의 근본적인 배경이다. 사상으로 양장본을 고급스럽게 꾸몄지만 일렉트로 팝이나 트랩에 치중했던 과거에 비해 펑크(Funk)와 댄스 팝으로 장르만 변경되었고 멜로디와 과하게 비튼 톤은 < COUP D'ETAT > 등 이전 작품 구성과 동일하다. 빅뱅의 추억으로 연 포문은 ‘무제(無題) (Untitled, 2014)’의 2025년 버전 ‘Drama'를 지나 ‘1년 정거장’에 복고적인 신스 팝을 이식한 ‘Take me’로 이어진다. 통속적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 상품이다.


이 개선식의 내부도 팝의 현재와 과거를 대동해 꾸며내고자 했으나 철학으로 꾸민 출입문과 겉돈다. 앤더슨 팩은 영문도 모르게 초청되어 펑크(Funk)를 나열하고, 다이앤 워렌은 멜로디를 연주할 뿐 지드래곤이 꾸민 행사에 적절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축제의 메인 테마가 되어야 했으나 잔향만 남은 디스코와 펑크(Funk), 그리고 장르의 화신 나일 로저스 역시 짧은 기타 축주에 그치고 만다. 새로운 도전보다 태양과 대성이 옛 시절의 익숙한 향수를 주입한 ‘Home sweet home’이나 후렴구를 외부인에게 내준 ‘Gyro-drop’이 더 자연스럽다.


아이돌로서 금기를 완벽 해금한 가사 역시 테마를 적극 반영했을지언정 사운드와 접합부는 느슨하다. 집단적인 추종과 애증을 양분으로 삼는 K팝에 공동체주의를 비판한 니체를 인용해 자아에 대입한 건 날카로운 해학이자 이미지 메이킹의 정수였다. 현재 이 업계에서는 철지난 것쯤으로 여겨지는 유치한 사랑 이야기도 관건은 아니다. 유희에 가까운 낱말 놀이에는 랩 기술적 특이점도, 세대의 아이콘으로서 공감대도 부재하다. 팝의 작법과 어감을 차용했으나 의미가 혼재된 단어 배열과 타인이 끼어들 틈 없는 표현법이 철학자를 세속에 물든 세련된 피터 팬으로 만들었다.


때늦게 거행된 지드래곤의 독립식은 한 시대의 완전한 종료다. ‘유일무이한 뮤지션’으로 숭배하거나 끌어내렸던 이들을 뒤에 두고 그는 마침내 행복의 나라에 도달했다. 이곳엔 길고도 지난한 대중과의 줄다리기, 그를 영웅으로 추대하고자 했던 신도들과 시기와 질투로 점철된 악인도 없다. 이는 결국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인 현실의 K팝 단절 선언이다. < Übermensch >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층위가 아닌 지드래곤만의 독자적이고 외로운 영역. 종합 엔터테이너로서 자신감 있게 찍은 느낌표와 뮤지션으로서 어색하게 휘갈긴 물음표가 공존하는 이상향이다. 


-수록곡-

1. Home sweet home (Feat. 태양, 대성) [추천]

2. Po₩er  

3. Too bad (Feat. Anderson .Paak) 

4. Drama 

5. IbelongIIu 

6. Take me 

7. 보나마나(Bonamana) 

8. Gyro-drop [추천]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