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 발매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엔 어떤 변신으로 반(反) 아이돌 시각에 가운데손가락을 치켜 올릴 것이냐는 기대감이다. 기획사의 수익증대를 위한 총폭탄이 되어 솔로 출격에 나서는 사례도 있지만 빅뱅의 경우는 그간 준수한 결과물을 내놓았기에 사정이 달랐다.
멤버 각자가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존재하지만 이 중에 리더 지드래곤은 ‘똘끼’라는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운이 워낙 충만한지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거대 안티 세력도 거느리는 오욕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시간이 있다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지드래곤 기사를 수놓는 댓글을 보라.) 아, 물론 인정한다. 그가 욕먹는 이유는 분명 불법적인 과거 행위에 근거한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는 음악에 국한하려 한다.
지드래곤은 난처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이곳은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사가 반쯤 빠진 채 음악을 해왔는데 억지로라도 다시 조여야 할 것인가. 쉽지 않은 과제에 대한 대답으로 그는 ‘반쯤’ 미친 결과물로 답안지를 내놓았다. 특유의 스웩은 살아있고, 날선 광기도 유지하고 있다. 가장 기막힌 면모는 ‘One of a kind’에서 목격된다. 조소, 건들거림, 반어, 자신감, 과시욕 등. 사실상 지드래곤이라는 키워드를 한 곡에 담아 앙팡테리블 캐릭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뜻을 짐작할 수 있다. ‘Crayon’ 카드를 내던진 대담함도 같은 맥락이다. 레이브 파티에나 흘러나올 만한 강력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앞뒤재지 않고 무대 위에서 투척하는 것도 지드래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트렌드세터로서의 매력을 기다린 이들에게는 서운하겠지만 그의 신상품 목록은 여기까지다. 나머지 4개의 트랙은 자신만의 표식이라 하기엔 흐릿한 구석이 앞서 언급한 두 곡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곡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있다. 넬의 김종완과 자우림의 김윤아를 초빙해 힙합과 록의 시너지 효과로 흥을 돋우려는 실험은 그의 까칠한 이미지를 상당부분 희석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XX’와 ‘결국’에서는 냉혹한 비토 세력들에게도 유인할 수 있는 멜로디 라인이 존재한다. 즉 힙스터의 지분과 대중가수의 지분이 절충을 이루는 형세다. 이번 앨범에서 지드래곤은 ‘One of a kind’이기도 하지만 ‘One of them’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즉, 적당히 미쳐줬다는 사실이 무난한 엔터테인먼트 앨범으로 유도하게 했다. 호의적이지 않은 손가락질 안에서도 자신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손상시키지 않는 데 성공했고, 피쳐링 실험과 함께 장르적인 외연을 소폭으로나마 넓혔다. 말도 탈도 많은 팀내 상황이지만 이 정도라면 리더의 위치에서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 대목에서는 빅뱅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등 ‘남들은 못하는 유일한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던 그의 목표는 온전히 달성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의 퍼포먼스나 뮤직비디오, 즉 비주얼적인 요소는 분명 국내에서 생경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비해 사운드의 의외성이 시각적 파격만큼의 보조를 맞추고 있는지가 의문인 것이다. 매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를 수놓는 아티스트들은 시각과 청각 양자 모두 상식선을 붕괴하며 자신만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 역시, 이제는 자기 소리를 파괴하는 수순이 뒤따라야하지 않을까. 그것이 흡사 YG발 사운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수록곡-
1. One of a kind [추천]
2. 크레용(Crayon)
3. 결국 (feat. ? of YG New Girl Group)
4. 그XX
5. Missing you (feat. 김윤아 of 자우림)
6. Today (feat. 김종완 of Nell)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