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이하이의 YG행은 양현석의 흥미로운 모험이었다. 흑인음악의 복각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박진영과 비교해 일렉트로-팝으로 승승장구하던 최근의 행보뿐만 아니라, ‘레트로 소울’은 YG 연대기에서 익숙지 않은 키워드였다. 하지만 우직하게 이하이(양현석)는 레트로 소울로 출사표를 던졌다. 첫 번째 별점 한 개는 국내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은 뚝심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은 신성들이 실전에서 몸을 가누지 못해 헛발질을 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자신의 무기를 몇 달간 노출하는 까닭에 애초에 아마추어로서 풍부하지도 않은 밑천을 무방비로 노출하기 때문이다. 이하이도 다를 것이 없다. 그 역시 < 케이팝 스타 >에서 나이에 안 맞는 원숙한 소울보컬이 최대 무기임을 공인인증했다. 결국 자신이 제일 잘 소화할 수 있는 장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이 두 번째 별점이다.
오디션은 오디션이고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이전에는 기존의 명곡을 준수하게 소화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음악 속에 자신을 주체로 삼아 캐릭터를 완성시켜야 한다. 아티스트로서 꼭 풀어야하는 과제이지만 가장 난해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뮤직비디오로 관찰된 이하이의 몸짓은 남자 앞에 당당한 여성상에서 온전히 녹아들지 않아 설익은 상태다. 어설픔에서 기인한 귀여움을 매력 포인트로 생각하는 듯하다. 여기에다 레퍼런스로 삼았다는 심증이 다분한 더피(Duffy)의 그림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나머지 별 반개는 완성태가 아닌 캐릭터의 가능성을 여지로 남기고 그 누구도 아닌 이하이 본인이 채워가야 할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