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신보에 주인공 이하이는 없다. 노래 자체의 완성도를 차치하고 가사의 주체로서 음악의 해석자로서 본인의 주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나이와 같은 24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여기에는 ‘나’가 없다. 주류의 회사에 의한 규격만 존재할 뿐이다.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운 타이틀 ‘누구 없소’는 인기가 한풀 죽은 EDM의 구조를 적극 사용한다. 포인트 되는 드롭, 그러니까 킬링 파트로 내세운 인도풍 선율이 등장하고 한영애의 레전드 송 ‘누구 없소’를 인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 하지만 모호한 인상에 특별한 잔상이 남지 않는다. 위너의 ‘몰라도 너무 몰라’, 오마이걸의 ‘Checkmate’ 등 이미 여러 차례 다른 아이돌이 선보인 구성이며, 무대 위 장악력도 뛰어나지 않아 보컬리스트, 아이돌, 퍼포먼스 세 꼭짓점 중 어디에도 무게가 쏠리지 않는다.
짧은 EP에 상업적 성과를 낼 곡이 ‘누구 없소’였다면 아이콘의 비아이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앤비, 발라드를 담았다. 지소울이 피처링한 ‘No way’는 재지한 피아노로 시작해 기존에 그가 주로 풀어온 소울풀함에 기대여 흘러가고 오히려 두 보컬의 어우러짐은 멀어진다. 칠한 사운드로 문을 여는 알앤비 ‘Love is over’도 마찬가지로 평평하다. 훌륭한 음색에 풍부한 가창이지만 노래의 맛을 살리는 여유가 없다. 때에 맞춰 들어가는 코러스, 터트릴 만큼만 터져 나오는 감성에 뮤지션 스스로의 호흡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탓에 이하이가 작사, 작곡에 함께한 ‘20분 전’은 설득력을 잃는다. 곳곳에 포진된 사랑 이야기는 도통 그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좋은 보컬을 가졌음에도 짜인 대로만 쓰이는 탓에 매끄럽지 않다. 업 템포의 리드미컬한 수록곡 ‘한두 번’ 역시 통통 튀는 피처링의 래핑을 담아 젊은 감성을 노렸지만 ‘네가 나한테 물 먹을 때마다 쪽팔려 죽을 것 같아 / 마음 편한 적 없고 그냥 엿 같았어’ 등의 가사를 풀어낸 이하이는 겉돌기만 한다. 결론적으로 중심이 무너졌다.
과거 ‘손잡아 줘요’에서 드러냈던 완전한 복고풍의 소울, 펑키함도 ‘한숨’을 통해 전한 상처의 치유도 없다. 유행에 맞춰 차용한 트렌디한 곡조는 이하이만의 무언가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성숙함의 증명으로 표현한 알앤비, 발라드는 그가 진보 아닌 퇴보를 이어가고 있음을 되려 증명했다. 확실한 곡 해석도 주도적인 보컬 표현도 없다. 이 사랑 음반에 공감할 수 없다.
-수록곡-
1. 누구 없소 (Feat. B.I of iKON) [추천]
2. No way (Feat. G.Soul)
3. Love is over
4. 한두 번 (Feat. Choi Hyun Suk of Treasure)
5. 20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