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ry And The Messengers'라는 이름이 붙은 네 편의 연작 싱글 앨범들과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프라이머리다. 최근 들어 인지도가 대폭 상승한 탓에 촉망받는 신인 프로듀서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날의 이력을 되짚어보면 무시 못 할 기록들로 가득하다. 다시 말해 그는 힙합 신에서 잔뼈가 굵은, 젊은 베테랑이다.
한국 힙합의 명반으로 꼽히는 데드피(Dead'P)의 < Undisputed LP >에 수록된 '날개짓 (feat. Paloalto, DJ Crown)'이 바로 프라이머리의 결과물이며 2006년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 싱글을 수상했던 가리온의 '무투' 또한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다이나믹 듀오가 설립한 레이블인 아메바 컬쳐로 적을 옮겼던 2010년부터는 슈프림 팀의 첫 정규 앨범 < Supremier >로 시작해 동료 아티스트들의 작품에서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니, 경력만으로 놓고 보자면 보통내기의 수준은 충분히 상회하고 남는다.
그러나 프라이머리가 인정을 받는 지점은 화려한 커리어가 아닌 남다른 실력에 위치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뛰어난 연주자다. 기타와 키보드, 각종 현악기와 관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두루 다룰 수 있기에 그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연주의 영역에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진 소울, 펑크, 재즈와 스윙 등 이전 시대의 장르에 대한 너른 이해는 다양한 사운드를 발현하게 하는 원천들로, 동세대의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차별화되는 장점이자 강점이다.
달란트가 음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브라스 세션과 피아노로 짜임새를 구성한 '만나 (Feat. Zion.T)'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식 사운드를 키치하게 풀어놓은 '2주일 (Feat. 리듬파워)'에는 소울의 느낌이 가득하며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멋지게 꾸민 '씨스루 (Feat. Zion.T, 개코 of 다이나믹 듀오)'는 펑크(funk)에 대한 현대적 접근이 훌륭한 싱글이다. 그런가하면 'Love (Feat. Bumkey, Paloalto)'와 'Mine tonight (Feat. Jinbo, Dok2)'에서는 198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식의 시도가 보이니, 앨범 전체에서 옛 흥취를 느끼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순히 복고의 사운드를 이해하는데만 그쳤다면 작품은 큰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 위에 현대의 감성을 더하며 대중들과 교차점을 생성하는 프라이머리의 문법은 아티스트로서 가지는 탁월한 역량임과 동시에 <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가 드러내는 매력 그 자체로 작용한다. 보컬과 래핑이 연달아 감정선을 자극하는 'Happy ending (Feat. 진실 of 매드소울차일드, 개리 of 리쌍)'이나 어반 사운드가 돋보이는 '멀어 (Feat. Beenzino)', '축하해 (Feat. 다이나믹 듀오, 박재범)'는 사람들의 귀를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아낌없이 지원사격을 해준 피쳐링진의 면모도 주목할 만하다. 다이나믹 듀오, 슈프림 팀, 얀키(Yankie) 등 소속사 동료들은 물론이고 힙합 신의 대표적 아티스트들인 가리온과 팔로알토(Paloalto), 정기고와 진보(Jinbo), 도끼(Dok2) 등도 화려하게 지원 사격을 해주었다. 특히 유머러스한 콘셉트로 많은 인기를 구가하는 리듬파워와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로 인지도를 확보한 자이언티(Zion.T), 그리고 긴 공백기를 깨고 복귀에 나선 슈프림팀의 멤버 이센스(E-Sens)의 등장은 팬들의 기대어린 시선을 획득할 매력적인 라인업이다.
1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에 10트랙짜리 시디가 두 장에 달하기에 <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작품을 접하다보면 장시간 비행에서 오는 피로감보다는 각 트랙에서 만나는 신선함이 매 순간을 환기시킨다. 앨범에는 날이 선 예리한 래핑과 강렬한 비트도 있고, 감미로운 보컬과 부드러운 멜로디도 있다. 지루해하지 않고도 20트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음악 팬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음반 전체에 자리한다. 그러나 맛보기 정도로 끝나는 백화점식 구성이 아니라 개개인의 수준이 뛰어난 양질의 모음집이다. 아티스트로서, 특히 사운드를 직접적으로 주조해내는 프로듀서의 위치에 있는 음악가로서 프라이머리는 자신이 가진 재능의 모든 것을 모자람 없이 담아내었다. 호평이 아깝지 않은 수작이다.
-수록곡-
CD1
1. 요지경 (Feat. 슈프림팀, Yankie, Mellow) [추천]
2. Happy ending (Feat. 진실 of 매드소울차일드, 개리 of 리쌍) [추천]
3. 말이야 (Feat. 가리온)
4. 만나 (Feat. Zion.T)
5. 멀어 (Feat. Beenzino)
6. Love (Feat. Bumkey, Paloalto) [추천]
7. 씨스루 (Feat. Zion.T, 개코 of 다이나믹 듀오)
8. Mine tonight (Feat. Jinbo, Dok2) [추천]
9. 입장정리 (Feat. 최자 of 다이나믹듀오, Simon D of 슈프림팀)
10. 하이엔드걸(High end girl) (Feat. Deez)
CD2
1. 2주일 (Feat. 리듬파워) [추천]
2. ?(물음표) (Feat. 최자 of 다이나믹 듀오, Zion.T)
3. 축하해 (Feat. 다이나믹 듀오, 박재범) [추천]
4. I'm back (Feat. Yankie, Double K, 지오 of 엠블랙) [추천]
5. Playboy's diary (Feat. 정기고, Dead'P)
6. Interlude
7. 독 (Feat. E-Sens of 슈프림팀)
8. 3호선 매봉역 (Feat. Paloalto, Beenzino) [추천]
9. Outro
10. 거기서 거기읾 (Feat. 다이나믹 듀오, E-Sens of 슈프림팀, Boi B of 리듬파워) *CD에만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