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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On Fire
앨리샤 키스(Alicia Keys)
2012

by 홍혁의

2012.12.01

21세기 초반에 등장한 알앤비 디바로 그를 꼽지 않는 이는 드물지만 정작 'If I ain't got you'를 뛰어넘는 히트 싱글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 As I am >(2007), < The Element Of Freedom >(2009)의 관심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속했던 위상을 거품으로 보는 시선도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놀랍게도 그는 좀 더 친근한, 좀 더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일대 반전을 꾀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느림으로 일관했던 전작들에 비해 속보(速步)와 완보(緩步)를 지루하지 않게 섞었다. 오랜만에 회춘한 기운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비트의 두 장인, 남편 스위즈 비츠(Swizz Beatz)와 닥터 드레(Dr. Dre)가 의기투합하며 고급스러운 파티-튠 싱글을 선사한 'New day'다. 둔탁하게 후려치는 드럼비트에 알리시아 키스 특유의 피아노 라인과 중성적인 보이스가 합쳐져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If I ain't got you'의 선율에 매혹된 이들을 위한 'Brand new me'나 'Not even the king'에서는 그의 음악적 기반이 피아노 위에 세워져있음을 재차 증명한다. 피아노 한 대와 목소리 하나로 요약할 수 있는 음악의 정수로써 듣는 이와 소통하던 과거의 흔적이다. 해외 매체에서 이번 앨범을 '피아노로의 회귀'라 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할 점은 멜로디의 회복이다. 핵심적인 코러스 라인이나 곡을 이끌어가는 메인 루프가 다시 매력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곡을 본인이 작곡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에밀리 산데(Emeli Sandé), 브루노 마스(Bruno Mars),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베이비페이스(Babyface), 말레이(Malay) 등과의 협업으로 앨범을 꾸렸기 때문이다. 섬세하면서도 대중의 기호까지 고려한 멜로디가 풍성하다. 1970년대 소울과 가스펠의 포근한 온기를 담고 있는 'Tears always win', 돈과 권력으로도 살 수 없는 사랑을 잔잔한 울림으로 호소하는 'Not even the king'은 대중 친화적으로 돌아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결국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타개책은 동료 뮤지션과의 조화로운 어울림이었다. 알앤비 발라드의 진중함은 한층 원숙해졌으며, 동전의 양면으로 내재되어 있던 댄스 성향의 비트들은 기어를 높이며 진동을 키웠다. 타이틀처럼 < Girl On Fire >는 결혼과 출산 이후 스스로에게도 활기를 불어주는 전환점이자, 다소 웅크려있던 존재감을 동시에 회복하는 앨범이다.

-수록곡-
1. De novo adagio (Intro)
2. Brand new me [추천]
3. When it's all over [추천]
4. Listen to your heart
5. New day [추천]
6. Girl on fire (Inferno Version) (feat. Nicki Minaj)
7. Fire we make (duet with Maxwell)
8. Tears always win [추천]
9. Not even the king [추천]
10. That's when I knew
11. Limitedless
12. One thing
13. 101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