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CBS의 <세븐틴>의 MC로 연예계에 등장한 이문세는 1983년 1집 <나는 행복한 사람>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1집과 2집 활동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1985년, 3집을 발매하면서 이문세는 처음으로 이영훈을 만났다. 3집에 수록된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소녀', '빗속에서' 등 둘의 합작은 모두 히트곡의 대열에 올라섰다.
가수로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고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 '별밤지기'를 맡으면서 인기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한 4집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전작을 통해 음악적 궁합을 확인한 후 이 앨범은 전곡을 이영훈의 곡으로 채웠다. 이영훈의 곡과 가사는 정확히 이문세의 목소리를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 김명곤의 편곡이 더해져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마침내 '가수 이문세'는 성공의 궤도에 안착했다. '환상의 짝꿍'이 만들어낸 한국식 팝 발라드는 단번에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팝이 장악하고 있던 한국 가요계의 판도는 이문세표 발라드를 통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 대중가요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꼽을 때 이영훈과 이문세의 만남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앨범의 큰 주제인 '이별'은 이문세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감정으로 펼쳐진다. 물론 과장은 없다. 첫 곡 '사랑이 지나가면'에서부터 담담함이 유지된다. 이러한 감정선은 '돌아가는 모습도 가로등 불빛아래 멀어져가네 그렇게 떠나네 그대 밤이 머무는 곳에'와 같은 서정적 가사가 돋보이는 '밤이 머무는 곳에'와 고은희와의 듀엣 곡 '이별이야기'로 이어진다.
물론 이별에 대해서만 노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대 나를 보면', '깊은 밤을 날아서', '가을이 오면' 등 비교적 빠른 템포의 곡들로 이루어진 중반부에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앨범의 분위기가 한 차례 전환될 뿐만 아니라 풍성함 또한 배가된다. 이로써 앨범은 '이별-사랑-이별'의 구도를 형성한다.
'슬픈 미소'에서도 템포는 속도감 있게 유지되지만 감정은 다시 이별을 향한다. '굿바이'에서는 다시금 차분해진 곡의 분위기에 걸맞은 가성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곡 '그女의 웃음소리뿐'에서는 감정의 흐름을 따르는 명확한 곡진행과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 어떤 의미도 어떤 미소도 세월이 흩어가는걸.'이라는 절절한 가사가 돋보인다. 6분 30여초에 이르는 이 곡을 통해 그 이상의 길고 짙은 여운을 남기며 앨범은 마무리된다.
이문세가 어느덧 가수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후배 가수들의 리메이크 열풍에서 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잇따른 선곡, 그리고 5만여 객석이 모두 매진된 올해의 콘서트까지, 많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이문세의 롱런에 대해 말할 때 이 앨범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공식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앨범의 판매량은 200만장에서 300만장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숫자만큼이나 이문세 4집은 그 개인의 가수 인생에서도, 대한민국 가요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서로에게 가장 잘 맞는 콤비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1980년대 최고 명반으로 꼽히는 수작(秀作)을 완성해내며 이문세는 '한국식 팝 발라드의 기준'으로 거듭났다.
-수록곡-
1. 사랑이 지나가면 [추천]
2. 밤이 머무는 곳에 [추천]
3. 이별이야기
4. 그대 나를 보면
5. 가을이 오면 [추천]
6. 깊은 밤을 날아서 [추천]
7. 슬픈 미소
8. 굿바이(Good bye) [추천]
9. 그女의 웃음소리뿐 [추천]
10. 어허야 둥기둥기 (건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