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인터뷰
아이유(IU)
세 번째 정규 음반 < Modern Times >를 개시하면서 처음으로 받은 느낌은 변신이라는 것이었다. 성숙이라는 낱말도 떠올랐다. 금발로 염색한 이미지에서도 그랬고 흑백 효과로 색채를 제거해버린 음반 커버에서도 그랬고, 특히 반세기도 더 넘는 옛 사운드를 모방한 음악에서도 그랬다. 달라졌다는 느낌. 그는 성숙한 진전을 담은 앨범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돌아왔다. 불의의 사건으로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 입힌 타격을 수작 앨범으로 상쇄했다고 할까.
10월21일 강남 소재의 기획사 사무실에서 아이유를 만났다. IZM과는 세 번째 자리. 그의 표정은 밝았고 가볍고 경쾌했다. 아이유가 생각하는 자신의 앨범에 대해 우리가 예상했던 진중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는 “장르 색깔 모든 것을 떠나 솔직한 느낌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한창 바쁘지 않나?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거의 파김치 수준이었는데.
파김치, (웃음) 요즘은 괜찮아요.
'분홍신'을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가 특별히 있나? '분홍신'보다 다른 트랙이 더 좋다는 얘기도 많은데.
사실 1번 트랙부터 13번 트랙까지 스타일이 거의 모두 달라요. 현실적으로는 '분홍신'을 타이틀로 내거는 게 맞는 것 같았어요. 다른 곡들이 더 좋다는 얘기도 타이틀이 '분홍신'이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들이겠죠. 타이틀곡을 다른 걸로 내걸었어도 반응은 똑같았을 거예요.
앨범 전반에 흐르는 느낌은 라틴, 스윙, 보사노바, 재즈 이런 음악들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장르들은 상당히 오래된, 1930년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세계를 휩쓴 사운드인데. 세대가 한참 위인 음악들인데 평소에 청취나 빠진 경험이 있었는지.
기획이었죠. 프로듀서 조영철 이사님이 결정적이죠. 스윙으로 가자는 얘기를 1년 전부터 꺼내셨어요. 보사노바, 라틴, 집시 얘기하면서 다양하게 가보자고 하셨죠. 이런 음악들에 대한 경험은 없어요. 장르적으로 공부를 해본 적 자체가 없으니까요.
사실 먼저 공개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앞 세대의 조용필이 올해 젊은 음악을 했던 것처럼, 다음 세대의 아이유는 정반대로 오래된 음악을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다. 스스로 해야겠다하는 생각이 있었나?
아뇨. 그런 계산은 없었어요. 물론 조용필 선배님 음악을 들으면서 신선하다, 세련됐다하는 생각은 들었죠. 어린 음악을 한다는 것보다도 느낌 그 자체가 신선한 느낌! 그리고 전 스윙, 보사노바를 늙은 음악이라고 (웃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여기에도 신선함이 느껴지고 어린 감성에 맞을 것 같은 게 느껴졌어요.

어떤 곡이 맘에 드는가.
다 좋지만 '입술 사이'가 좋았고, (야하지 않느냐고 묻자) 음악만 딱 들었을 때는 재지하면서도 '뽕끼'가 있잖아요. 그게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서라고 생각해요. (웃으며) 저는 뽕끼 되게 좋아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재즈와 뽕짝도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하고요. 장르적으로 많은 시도를 했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여러 번 들었는데 뽕짝이나 재즈나 라틴이나 전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에 대한 공부라고 한다면 전 아는 게 거의 없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음악들 그 특유의 느낌은 아는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제가 좋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느낄 것이다, 이런 거죠. 시도라기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갔어요.
가인과 함께 한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스윙과 요즘 트렌드가 섞였고 'Obliviate'의 코러스 부분도 인상적이아. 전체적으로 보컬이 꽤 명쾌해졌다는 느낌인데 조율이란 게 있었나.
조율이랄 것도 없었어요. 먼저 곡이랑 가이드를 받아서 그날 듣고, 녹음실에 와서 불러보고, 거기서 조금씩 수정하고. 거의 원 테이크로 가는 곡들이 많았어요. '분홍신'은 손이 조금 많이 간 편이었고요. '입술 사이'나 'Modern times' 같은 경우는 진짜 쭉쭉 빼면서 부분 부분 펀칭하는 느낌이었죠. 자유롭게 불렀어요. 그런 점에 있어 2집은 상당히 잘 짜인 앨범이었고요. 프로듀서님과 작곡가님들이 플랜을 딱 짜놓고 기승전결이 설정된 상태였죠. 전반적인 이미지도 그랬고요. 이번 앨범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만 넣고 녹음하면서도 이렇게 자유롭게 디렉팅 들어간 건 또 처음이었어요. 가는대로 가보자 식으로.
이번 음반은 주도권을 가졌다는 얘기?
사실 그렇죠. 가져갔죠.
이번에도 다양한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윤상, G고릴라, 정석원, 최갑원처럼 전부터 여러 차례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최백호, 양희은, 박주원처럼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는데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석원 작곡가님은 디렉팅이 완벽에 가깝죠. 이전 인터뷰에서도 그런 말씀을 들었고요. 그래서 사실 'Modern times' 녹음할 때 긴장을 진짜 많이 했어요. '이건 진짜 밤을 샐 수도 있겠다.' (웃음) 그러고 들어갔는데 정작 디렉팅이 없더라고요.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드는 생각은 이런 작업도 가능하구나하는 것이었어요. 중간마다 “좋아요”, “그렇게 하세요”하는 말들 들으면 뿌듯해지는 느낌도 받아서 또 감동 받았죠.
윤상 선배님 곡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사실 고생을 많이 한 곡이에요. 같은 날 녹음실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데 문득 망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가인 언니한테 완전히 밀려서. (웃음) 가인 언니만의 유니크함, 섹시함 그런 게 있잖아요. 또 마이너한 곡에서도 강하고. 오히려 나름 돌파구라 생각해서 힘을 빼고 불렀는데 제가 싸움에서 졌어요. 이 곡은 에디팅의 승리에요. 마스터링된 거 보고 윤상 선배님께 진짜 짱이라고 그랬죠.

최백호, 양희은과의 작업은 누가 기획한 건가?
저예요. 하고 싶어 했거든요. 두 분 다 전설이라고 하시는 아티스트들이시잖아요. 회사에다가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놓고는 한편으로 '안 될 거야', '설마'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다 막상 양희은 선생님께서 해주시겠다고 답변을 받았을 때는 덜컥 겁이 났었죠.
'한낮의 꿈'도 에디팅에서 갈린 노래였어요. 마스터링 다 된 노래를 들었을 때 저도 그랬고 회사 사람들도 그랬고 이건 반칙이다 싶을 정도였어요. 제 목소리, 제 벌스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양희은) 선생님 목소리 딱 나오는 순간 이게 정말 좋은 노래로 갑자기 딱 바뀌는 거예요. 큰일 났다, 망했다 싶었고요. 선생님께서 나중에 문자로 조언을 해주셨어요. '너의 목소리를 너무 믿지 말라'는 내용이었는데 순간 정신이 딱 차려지더라고요. 이 문자를 세 달만 일찍 받았더라면 노래도 앨범도 확 달라졌을 텐데 싶었죠.
최백호와 함께 한 '아이야 나랑 걷자'는 어떠했나. 솔직히 밀리는 느낌이 없던데..
그날 만나 뵈어서 곡 얘기를 같이 했어요. 제가 먼저 녹음을 하고 선생님께서 화음을 맞추는 작업이었는데 저 녹음하는 동안 밖에서 기타를 들고 계속 연습하시더라고요. 부르시고 또 부르시고.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대선배들과 같이 한 작업이라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다.
그렇죠. 특히나 최백호 선생님은 하모니를 넣은 것 그러니까 듀엣은 처음이라고 하셔서 되게 뜻 깊었죠. 의미가 컸어요. 저 나름대로 또 좋았던 건 샤이니 종현씨랑 가인 언니랑 했던 작업이었어요.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사실 아이돌이라고 하면 노래는 아닌 이미지가 살짝 있잖아요. 사실은 전혀 아니죠. 노래를 정말로 잘해요. 우리끼리도 음악 얘기하고 보여줄 게 있다는 걸 내비치고 싶었죠. 작곡가 선배님들과 했던 것, 선생님들과 했던 것도 의미가 있고 동료 뮤지션들과 한 것도 의미가 있었죠 .
자작곡 2곡 작업은 어땠나? 모든 걸 다 해야 할 텐데.
제일 오래 걸려요. 중심을 잡는 작곡가의 역할을 제가 해야 하는데 저부터도 노래 부르면서 이게 이건가하는 게 있었죠. (웃음) 편곡이 진짜 힘들어요.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타이틀 그대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 음반은 그 때보다 묵직한, 변신 과정을 거친 느낌이 든다.
'좋은날' 때의 느낌은 가수라는 것보다는 예쁘다는 이미지에 가까웠어요.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 나가서 어린 애가 노래 잘해서 신기하다, 삼단고음 올리는 거 보면서 신기하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노래 잘 부른다는 소리도 사실 잘 못 들었어요. 조금 묵직해졌다하는 이번 이야기들은 오히려 주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해요. 뮤지션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면서 작정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에요. 작업했을 때보다 더 플러스된 요인이죠. 이번엔 진지하게 나올 거라는 추측이 많아서 생기지 않나 해요. 이게 인터뷰 할 때 마다 난감한 게 사실, '맞아요. 그래서 그런 거죠'라고 말하는 게 더 멋있어 보이잖아요. (웃음) 전 그런 게 별로 없었어요. 전달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커진 것 같아요.
어느덧 3집 가수가 되었는데, 뮤지션으로서 목표라는 게 있나. 이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번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음... 성장을 하는 게 좋기는 하지만 지금으로는 제가 확고하게 원하는 모습이 없어요. 전 오늘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뮤지션이라고 한다면 사실 좋죠, 뮤지션. 정말 좋은 타이틀이지만 뮤지션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주위에서는 뮤지션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봐주시는 데 사실 그런 건 크게 작용하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 있어 인터뷰하는 게 또 어렵고요. 이번 앨범이나 저 스스로나 딱히 의식을 하고 나오는 게 아닌데 이 직업은 매번 정리하고 정의 내려야 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은 걸 넣자는 마음이 더 커요.
뮤지션 아이유보다는 음반을 내는 경우로 조금 좁혔을 때, 최소한의 기준이 있지 않겠나. 이전의 앨범들이나 이번 앨범이나 앞으로 나올 것들이나.
제가 들었을 때 낯간지럽지 않은, 연기한다는 느낌이 없이 솔직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했던 노래들은 좋죠. 정말 좋은데 보컬만 내가 아니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느낌의 곡들이 있어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이 곡을 들었을 때 아이유 외에 다른 보컬들은 생각할 수 없도록, 딱 아이유스럽게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이유스럽다는 게 뭔가.
문자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사실 저만 아는 의미인 것 같아요. 솔직함 정도라고 하면 가까우려나. 진정성까지는 아직 넘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연기가 아니라 가사 그 날 것의 느낌 그대로 가져가는 것. 그런 게 아닐까요?
인터뷰: 임진모, 이수호, 이기선
정리: 이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