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의 개리는 TV 예능에서 그려지는 소위 '갖고 싶은' 강개리와 다르다. 높은 선정적 수위를 자랑한 뮤직비디오에서 알 수 있듯이 개리는 또 하나의 남성적 페르소나를 만들어 그를 바탕으로 앨범 속의 허구를 구성했다. 난데없는 허구의 모습을 따라 팬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며 개리가 만들어낸 19금의 이상한 나라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 앨범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개리가 단순히 19금이라는 소재나 예능에서의 이미지로만 이상한 나라를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이따 샤워해'에서 보여주는 가사의 감각은 특히나 발군이다. 'Mr.gae'역시 첫인상은 유행을 좇아 덥스텝으로 포장한 곡에 지나지 않는 듯하지만 후렴구의 멜로디와 강한 반전을 주는 랩 파트에서 묘한 화학반응을 발견할 수 있다.
가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라임을 내주고 내러티브를 취하는 특유의 일장일단(一長一短) 가사는 이번 앨범에서 날개를 달았다.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분출되고야 마는 남자로서의 감정이 듣는 이들에게 커다란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다만 강해보이는 외양 혹은 가사가 정작 축 처지는 비트를 만나 미지근하게 남아버린 'XX몰라 (Zotto mola)'는 옥에 티로 남는다.
이번 앨범은 허공을 향해 육체만을 강조하는 최근의 섹시 콘셉트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바람직한 성인물이다. 특히 예능인 개리에 대한 의식을 전혀 담지 않아 랩퍼 개리로서의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역시 확인했다. 음악 속의 남자 개리(Gary)와 TV 속의 강개리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현실의 강희건(개리의 본명)의 상호작용은 앞으로도 계속 예의주시할만한 대상이다. 이상하고도 남성적인 나라의 개리는 이렇게 대중들을 대상으로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수록곡-
1. XX몰라 (Zotto mola)
2. 조금 이따 샤워해 (Feat. Crush) [추천]
3. 술 취한 밤의 노래 (Feat. Jung In)
4. Mr.gae (Feat. Juvie Train, 계범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