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자마자 탄성을 내질렀다. 반복 청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돌려듣기가 몇 번 지나지 않아 감상은 빠르게 시든다. 명료한 이미지와 화려한 흔적들이 흩어져 내린다. 강한 향만큼 휘발성이 강했다. 개인적인 감상을 이렇게 나열하는 것은 솔루션스의 두 번째 정규작 < Movements >에 담긴 희비의 순간이 그만큼 강렬하고도 공허했기 때문이다.
선율을 실어 나르는 힘이 상당하다. 전작 < The Solutions >의 첫 곡 'Sound of the universe'가 솔루션스의 출발을 알리는 선언이었던 것처럼 시작점인 'Movements'부터 야심을 드러낸다. 첫 앨범이 기타를 중심으로 한 모던 록과 팝의 화학반응이었다면 이번에는 신스 음이라는 촉매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사운드가 곡의 주도권에서 밀리는 시기가 단 한순간도 없을 정도로 이들의 멜로디와 편곡은 탁월하다. 동종 주자가 많은 상황에서 식상할 수도 있는 한 수였지만 유효타를 작렬했다.
합창을 유도하는 'Sailor's song'의 영리함 혹은 1집의 'Silence'나 '미로'를 연상시키는 'Heavy nights'의 완급 조절도 음반의 지루함을 덜어낸다. 'I don't wanna'는 다양한 창법을 하나의 곡에 담아내면서 보컬 박솔의 독무대를 선사한다. 멜로디를 위시하여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아도 발군의 균형 감각이 재생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첫 청취에 감탄한 이유 역시 이 덕분이다. 하지만 신보는 전반적으로 성숙함과 낯익음보다는 세련과 짜릿함에 가깝다. 외양은 형형색색 물들었지만 다시 찾아듣게 만드는 쾌감도 적다. < The Solutions >에 담겨있던 'Talk, dance, party for love'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긴장감도 'Otherside'처럼 한 곳을 향해 달리는 질주감도 '미로'처럼 꾹 담아두다가 터뜨리는 카타르시스도 덜한 것이다.
듣는 이들의 뇌리에 박히는 작은 트리거의 존재가 불현듯 그 곡을 다시 찾게 만든다. < Movements >는 솔루션스에게 확실한 신뢰감과 캐릭터를 부여함에도 수록곡 각각의 존재감이 앨범 전체의 아우라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영어로만 쓰인 가사 역시 이 노래들이 인디 음악 이상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가 의문을 제기한다. 첫 인상이 빛났던 만큼 그 그림자가 짙다.
-수록곡-
1. Movements
2. Can`t wait
3. I don`t wanna [추천]
4. Jungle in your mind
5. My war
6. Sailor`s song [추천]
7. Answer [추천]
8. Heavy nights
9. Rise and fall [추천]
10. To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