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거로의 귀환은 돈이 되는 8090 리메이크에만 치우쳐 있고 그룹에 인원은 많아도 화음은 없는 척박한 토양에 단비 같은 음악이 나왔다. 1950, 60년대에 활동했던 걸 그룹들이 떠올려지는 이름대로 바버렛츠(The Barberettes)는 그 시절에 유행한 스탠더드 팝, 재즈를 들려준다. 거기에 김은혜, 박소희, 안신애 세 멤버의 예쁘장한 하모니가 운치를 더한다. 우리 대중음악 시장에서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던 색다르고 멋스러운 복고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가시내들'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한껏 풍긴다. 컨트리 스타일의 기타 연주, 전반적으로는 재즈풍의 반주에 토속적인 가사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독특함을 발산한다. 시종 계속되는 멤버들의 화음은 노래를 아늑하게,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로큰롤과 스윙이 합쳐진 '쿠커리츄', 필 스펙터(Phil Spector) 스타일의 녹음 방식을 은은한 트로트로 표현한 이난영 커버곡 '봄맞이',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플래터스(The Platters) 같은 뮤지션들이 한꺼번에 연상되는 팝, 두왑, R&B의 퓨전 'Mrs. Lonely' 등 야릇하고도 구수한 시간여행이 펼쳐진다. 지난날의 음악이 그리웠던 이들에게 바버렛츠는 실로 복음이나 다름없다.
이들에게는 또한 하모니라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있다. 어떤 노래에서든 안정적인 화음으로 노래를 더욱 곱게 채색한다. 공식 데뷔곡이었던 드라마 < 총리와 나 >의 사운드트랙 '다정한 거짓말 (Sweet lies)'에서는 그 매력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으나 본인들의 데뷔 앨범에서는 장기를 부족함 없이 내보인다. 하모니는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면서 바버렛츠의 존재감을 드높일 경쟁력이기도 하다.
뻔한 리바이벌이 아니라서 좋다. 이 시기의 팝을 흠모하는 이에게는 반가움이며 그런 음악을 잘 모르던 음악팬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금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결핍한 화음을 풍성하게 선보이니 당연히 기쁨이 커진다. 기념할 만한 데뷔다.
-수록곡-
1. 가시내들 (작사: 바버렛츠 / 작곡: 안신애) [추천]
2. 쿠커리츄 (바버렛츠 / Cousin Alice) [추천]
3. 한 여름밤에 부는 바람 (안신애 / 안신애)
4. 한 여름밤의 꿈 (안신애 / 안신애) [추천]
5. 봄맞이 (윤석중 / 문호월)
6. 비가 오거든 (안신애 / 안신애) [추천]
7. 사랑의 마음 (안신애 / 안신애)
8. Mrs. Lonley (안신애 / 안신애) [추천]
9. Kukerichoo (English) (Cousin Alice / Cousin Al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