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현역 아이돌의 타이틀곡이 실시간 음원 차트 100위 안에도 못 드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싱글 리뷰에서도 밝혔듯 타이틀 'Black swan'에 우선 일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사실 미니 앨범 전체 구성을 들여다봐도 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예고된 결과였다. 일단 만들고, 정하고 보자는 안일한 판단이 깔렸으니 성공할 리가 없다.
가장 기본인 캐릭터부터 명확하지 못하다. 5년 전 'A'의 대성공 이후 굳히기에 들어가야 했건만 이후의 중구난방 콘셉트로 몇 개월 걸릴 것을 몇 년 돌아서 갔다. 섹시함으로 호응을 얻었는데 그다음은 어정쩡한 'Mach'였고, 'To me '가 그나마 선전했음에도 과도한 발랄함의 'Tell me tell me'와 'Sunshine'은 혼란만을 가중시켰다.
중구난방의 콘셉트 충돌조차 해결 못 한 상황이지만, 청순한 소녀들의 전성시대에 중견 걸그룹은 하는 수 없이 고혹을 택한다. 그 섹시마저도 유닛 레인보우 블랙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왔을 뿐만 아니라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 애절한 발라드 '나쁜 남자가 운다'와 급작스러운 고수위의 '조금 더', 유혹의 댄스곡 'Mr.lee'나 뮤지컬의 'Black swan' 등 우왕좌왕이다. 품질은 둘째치고 포장이나 구성에 고민이 없다.
이 개별 곡들의 퀼리티가 준수하다는 것이 또 웃지 못할 비극이다. 펑키(Funky)한 베이스 리듬이 주도하는 밴드 스타일의 'Privacy'나 느릿느릿하게 탄탄한 구성을 밟아가는 'Mr.lee'는 분명 좋은 곡이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Adore you'가 살짝 연상되는 '조금 더'는 웬만한 최근 R&B 아티스트와도 견줄 만 하다. 레인보우 시절에도, 레인보우 블랙 시절에도 수록곡이 나쁘지는 않았다. 매번 열심히 양식 코스요리를 차려서 엉망진창 순서로 모두 뚝배기에 담아오는 격이다.
잘못된 간판 선택을 성토하는 것도 꽤 오래된 일인데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며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곡가에게 매번 타이틀 싱글을 맡기고, 역시나 애처로운 후렴으로 인기 전선 확보에 한참 모자라는 'Black swan' 같은 결과물이 나온다. 이름값에 혹해서도 안 되지만 최소한의 투자와 성의도 없다는 증거다.
무심함인지 매정함인지, 혹은 무능력인지. DSP의 레인보우 기획은 실패의 반면교사와도 같다. 자매 그룹 카라에 투자하는 반, 멤버들의 눈물겨운 개인 활동의 반만큼 정성이라도 레인보우에게 쏟았다면 결과는 진작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불운이라는 변명과 애절한 호소만으로 타개할 수 없는, 차가운 구름 속에 갇혀 빛을 잃은 무지개다.
-수록곡-
1. 나쁜 남자가 운다
2. Black swan
3. Mr.Lee [추천]
4. Pierrot
5. Privacy [추천]
6. 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