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밋밋함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청순함, 상큼함, 섹시함들로 이미 포화상태의 걸그룹 콘셉트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들로 검증된 메뉴얼 중 가장 안전한 패를 택한 CLC는 냉혹한 아이돌 시장에서의 생존공식이 치밀한 계산과 탄탄한 기획력이라는 핵심을 간과한 게으름을 범했다. 모호한 콘셉트는 'CrystaL Clear'라는 그룹 이름의 정체성마저 흐릿하게 만들었다.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포미닛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CLC는 소속사 울타리 안에서 팬덤의 대물림 현상을 기대했겠지만, 그마저도 성공적이지 않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셔닝은 음원 차트 하위권에 자리 잡으며 부실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데뷔 전부터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 거리 자선 버스킹 활동을 통해 '착한 데뷔'라는 타이틀을 목적했지만, 데뷔 전부터 정기적인 기부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 입증을 위한 언론 노출 장치일 뿐이다.
엉성한 기획력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 맑고 투명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 첫사랑 >에 대한 순수하고 설레는 감정을 담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타이틀곡 'Pepe'는 뻔한 남자들을 향한 일침을 노래한다. 똑같은 멜로디 반복으로 구분이 어려운 1절과 2절은 랩 브레이킹 삽입만으로 경계 짓는다. 오히려 음원에 대한 수익금의 기부를 목적으로 수록된 '샤랄라'가 기획된 캐릭터와 앨범 콘셉트에 어울린다. 첫 데뷔앨범으로서 다양한 장르의 소화능력을 보여주자는 의도는 좋았으나, 공들이지 않은 콘셉트는 개개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다섯 명의 존재감을 미미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괜찮은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기획사로 이 정도면 신인 5인조 걸그룹에 대한 이목이 쏠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심에 대한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듯한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치열한 걸그룹 대열 사이에 자리 잡기 위해선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수록곡-
1. 카페모카 주세요
2. Pepe
3. 샤랄라(Sharala)
4. 첫사랑
5. 창문을 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