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상상 그 이상으로 나쁜 애가 될 수 있어. 일단 착한 상대를 얕잡아 보는 거, 그건 진짜 곤란해"
CLC에게서 'Bad girls'의 이효리가 보인다. 눈꼬리를 올리고 몸에 딱 붙는 'Black dress'을 입고는 상대를 응징하는 꼬마 악마 같은 모습 말이다. 비단 가사뿐만 아니라 'Devil'은 사운드적으로도 'Bad girls'와 닮아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게서 영감을 얻은 리듬 앤 블루스와 재즈, 소울 편곡은 CLC의 데뷔곡 'Pepe'가 이미 선보인 바 있으며, 1950년대 브라스 밴드를 재현한 스윙 장르의 '예뻐지게'역시 'Devil' 안에 녹아있다.
'Pepe'와 '예뻐지게'는 CLC가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발표된 곡이다. 그러니까 'Devil'은 굉음의 신시사이저가 난무하는 빅 룸 하우스부터 EDM, 트랩으로 점철된 노래를 하던 "포스트 포미닛"이 아닌, 팝적인 멜로디 구간을 가져가되 다른 걸그룹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복고풍 소울을 재치 있게 시도하던 신인 그룹 CLC의 목소리를 다시 가져온 셈이다.
포스트 포미닛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그룹만의 매력은 어필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던 CLC가 시작점으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강박적으로 등장하는 트랩 비트와 래핑 구간, 2절 코러스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는 난데없는 전조는 아쉽지만, 긴 시간을 돌아와 재출발을 알리는 곡으로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