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립, 이어링, 하이힐, 핸드백, NO’라는 시크한 읊조림으로 출발하는 곡은 정적인 신스 베이스 리프의 도입부와 보깅 댄스가 더해지며 꽤 괜찮은 인상을 남긴다. 그런데 그게 다다. 단조로운 멜로디 라인의 반복과 밋밋한 후렴이 스쳐가고 남는 것은 앞선 거부의 메시지뿐이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구두, 향수, 가방, 화장, 청순, 섹시, 애교, 착한 척, NO’로 번역 후 반복 주입을 하더니 뻔한 댄스 브레이크에서도 계속해서 주문을 외운다.
‘No’는 이미지에 경도된 곡이다. ‘크리스탈 클리어’로 답보 상태였던 CLC를 구원한 ‘시크한 칯순이’ 콘셉트 확립에 집중하느라 노래 자체의 매력을 놓쳤다. 아예 그 시절을 지워버리겠다는 듯한 주제 의식은 괜찮은데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포미닛, 현아, 작곡가 소연의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지 않으니 CLC만의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
주체적인 이미지 변경도 아니라 설득력도 없다. 짙은 화장이나 액세서리 없이도 당당한 여성상을 노래하면서 가장 짙은 화장과 검은 코디, 화려한 장신구를 걸친 멤버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같은 EP에 고혹적인 ‘Breakdown’이나 훨씬 훅 들어오는 'Show', 'Like it' 같은 다른 선택지가 있었기에 더 잘못된 결정이다. 장승연과 장예은의 이미지만 소모하는 이런 기획, 정말 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