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nowflake
여자친구(GFRIEND)
2016

by 황선업

2016.02.01

'열심히'. 이 세 글자야말로 그룹의 인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콘셉트는 일본의 서브컬처 아이돌로부터, 곡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로부터 각각 차용한 탓에 핸디캡처럼 안고 가야 했던 기시감을 상쇄시킨 것은, 다름 아닌 필사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의 퍼포먼스였다. 데뷔가 성공으로 직결되는 대형 기획사 소속팀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간절함, 그것이 만들어낸 직캠이란 기적은 순식간에 대중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힘차고 박력 있게 전개되는 노래에도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순식간에 여자친구라는 그룹의 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획의 세부사항은 레퍼런스였다 할지라도, 태도에 담겨있는 진정성만큼은 그들만의 것인 덕분이었다.

학교 트릴로지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이번 미니앨범은 그러한 히트요인을 정확히 파악, 극대화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가 보여주는 구성의 타이트함은 앨범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부터 우리는'이 중간중간 숨을 고르고 여백을 두었던 반면, '시간을 달려서'는 같은 골격 안에서 좀 더 빽빽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특히 보컬과 반주가 함께 볼륨을 올리며 부딪치는 후렴의 '거친 세상 속에서 손을 잡아줄게' 구절은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역동감의 절정이라 할 수 있을 터. 이들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제이팝 스타일'이란 것이 원래부터 활력과 패기를 표현하기 적합한 형식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도구를 정말 잘 선택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수록곡들도 기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1990년대 중후반의 흔적이 남아있는 '내 이름을 불러줘'를 제외하면, 현악 및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유사한 편곡 스타일이 모든 트랙에 공유되고 있어 곡간의 명확한 개성을 찾아보기가 어려우며, 유일한 발라드인 'Trust'에서도 각자의 가창이 가진 매력이 뚜렷이 표현되지 못하고 있어 멤버 단위의 어필에는 다소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흠이다. 이런 아쉬운 점을 제외하다면, 막 상승가도를 타기 시작한 그룹의 장점이 납득이 가도록 잘 설명되어 있는 작품이다. 데뷔 초기의 우려가 씻겨 내려간 그 자리를, 이젠 온전한 '여자친구'로서의 가능성이 메우고 있다.

-수록곡-
1. Intro(Snowflake)
2. 시간을 달려서(Rough) 
3. 내 이름을 불러줘(Say my name)
4. 사랑별(Luv star)
5. 그런 날엔(Someday) 
6. Trust
7. 시간을 달려서(Inst.)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