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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여자친구(GFRIEND)
2020

by 장준환

2020.07.01

음악에 있어 변화의 논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변화 뒤에도 아티스트만의 존재감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 그리고 또 하나는 이러한 변화가 납득 가는지다. 우선 < 回:Song of the Sirens >의 타이틀곡 ‘Apple’는 완성도 자체만 봤을 때 상당히 수려하다. 트렌디하게 짜인 훅과 그루브는 데뷔 5년 차의 능란한 안무와 어우러져 색다른 신비로움을 창출하고, 청순의 고속도로를 세차게 질주하던 과거는 어느덧 기교와 세련미가 가득한 미래에 도달한다.


다만 곡이 끝나고 난 뒤 과연 ‘Apple’이 여자친구의 곡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갸웃거리게 된다. 새 소속사에서 새 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과거 공식을 대입하는 것은 여러모로 참견일 테지만, 학교 시리즈 이후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뚜렷한 구심점이나 그렇다 할 정착지를 찾았다는 인상이 들지 않는다. ‘Apple’은 그룹이 상징하던 ‘청순 콘셉트’와는 거리가 멀고, 바로 전작인 ‘교차로’와도 연결고리가 없어 변신을 택한 ‘당위성’ 또한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가치는 분명하다.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여자친구는 준수한 퀄리티의 곡으로 변화의 개념을 아득히 벗어난 완전한 틀의 전복, 아예 새로운 세계관에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