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들의 색깔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데 있다. 통통 튀는 텍스트로 일상의 단조로운 이야기들을 변환해내는 작사, 캐치한 선율을 뽑아내는 멜로디 메이킹, 결코 과하지 않게 큰 그림을 그려가는 사운드 기획 등 모두 데뷔 순간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함께 해왔다. 활동 순간들 사이사이에 기록된 약간의 차이라면 그 때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서 발생한 결과라 하겠다. < 케이팝스타 >에서는 꾸밈이 없었고 < PLAY >에서는 보다 도전적이고 활기로 가득 찼으며, ‘시간과 낙엽’에서는 한층 성숙해졌다.
이번에는 재즈의 컬러를 입었다. 그루비한 퍼커션과 재즈 피아노, 스트링이 남매의 곁에 서있다. 이하이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시작한 이찬혁의 구상대로 이수현의 목소리에도 알앤비, 소울 풍의 스타일이 배어있다. 차린 것이 많은 구성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큰 그림은 부담스럽지 않다. ‘Re-e-e bye’에서 퍼져나가는 특유의 발랄한 리듬과 멜로디가 곡을 한껏 가볍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큼지막한 편곡에 좀처럼 묻히지 않는다. 곡 안에서 조금씩 테마를 달리해가는 편곡에서의 터치 또한 재밌다.
다른 색을 칠하지만 자신들을 잃지 않는다. 덕분에 싱글에는 감상을 환기시키는 신선함과,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게 하는 기분 좋은 익숙함이 함께 들어있다. 괜찮은 결과물로 2막의 커튼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