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빨리빨리’가 공식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에도 바쁜 일상은 출근길 버스 안의 바깥 풍경을 즐길 찰나의 여유조차 앗아갔다. 2년 전 그랬던 것처럼 누구보다 소소한 시선을 가진 악동뮤지션은 무심히 흘려보내는 것들을 소재화한다. < Play >에서 밝게 뛰놀았던 남매의 음악은 참 담백하고 깨끗했다. 언제 들어도 부담 없는 편안한 멜로디에 살며시 미소 짓게 되는 가사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다. 마냥 귀엽기만 했던 그들에게도 자연스레 찾아온 사춘기는 어떤 모습일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새로운 장르의 첨가와 조금 더 유연해진 보컬이다. 전작의 푸른 이미지를 가져가되 색다름을 고민한 < 사춘기 >는 보다 세련된 악기들의 운용으로 그동안의 성장을 증명했다. 재지한 피아노 연주 위로 소울 풀한 보컬을 맛깔나게 살린 ‘Re-bye’, 다양한 소스들을 활용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는 재밌는 어감을 이용해 재치있는 가사에 특유의 독특한 관점을 담아냈다.
다소 모험적이었던 타이틀과는 다르게 수록곡들은 본연의 작법을 잘 녹여냈다. 간결하게 줄여낸 사운드에 그 나이 때의 설렘을 풋풋하게 옮겨낸 ‘새삼스럽게 왜’, 브라스와 스트링의 적절한 조화에 후반부를 부드럽게 반전한 '사소한 것에서’로 가장 자신 있는 패턴을 나열했다. 하지만 전작의 ‘인공잔디’, ‘얼음들’ 그대로 기조를 이어온 듯한 ‘초록창가’와 ‘주변인’은 창작에 대한 강박관념에 표류하며 안전한 방향을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다채롭게 엮어냈지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몇몇 곡의 이미지가 나머지 반쪽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다. 여전히 다수의 입맛을 맞추기란 쉽지 않고 높은 잣대는 가혹하다. 인위적인 창작보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악보에 그려냄에 의미가 있겠다. 끊임없이 성장 중인 남매는 한 뼘 더 자랐고 천천히 어른이 되어간다.
-수록곡-
1. Re-bye [추천]
2.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3. 새삼스럽게 왜 [추천]
4. 초록창가
5. 사소한 것에서 [추천]
6. 주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