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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카겔
실리카겔
2016

by 강민정

2017.02.01

실리카겔은 음악을 보여준다. 어불성설(語不成說) 같지만, 정말이다. 이 밴드의 탄생 비화 역시 독특하다. < 2013 평창 비엔날레 >에 미디어 퍼포먼스 팀으로 참가하기 위해 뭉치게 됐고, 마음이 맞아 쭉 이어졌다. 실리카겔이란 밴드명은 당시 옆에 놓여 있던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말라’던 제습제에서 따왔다. 즉흥적이고, 우연적이고, 패기 넘치는 이들은 홍대 인디 신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 2016 올해의 헬로루키 > 대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몸을 간질이는 듯한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 ‘모두 그래’는 젊음의 색채가 완연하게 묻어있다. 록(Rock)적인 뼈대에 신시사이저를 가미해 독창성을 꾀했다. 고음역대와 일정한 음의 패턴을 활용한 신시사이저 리프는 예민하게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운다. “모두 그렇잖아, 중요하지 않아”라는 노래의 메시지는 반항적인 청춘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타이틀곡 ‘9’는 앨범 전체 구성 안에서 독특한 맥락을 지닌다. 신시사이저 패드가 펼쳐지듯 곡의 시작을 알리고, 그 위로 쏟아져 내리는 주선율. 매혹적인 소리의 조합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이 모티브는 최면(催眠)처럼 되풀이되어 곡에 정체성을 부여한다. 타이트한 리듬 감각, 또렷한 보컬의 딕션 역시 다른 트랙들과의 분별점. ‘비경’은 사이키델릭의 원형에 가까운 음악 형식을 띤다. “꿈 속”을 이야기하고, 미분음이 짙게 남는 악기들을 활용해 제목처럼 ‘mysterious land’를 그린다. 진행될수록 증폭되고 겹쳐지다 꿈처럼 사라지는, 나름의 기승전결을 가진 구성은 노래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들리게 한다.

영상매체 역시 이들에겐 중요한 표현 수단 중 하나다. 7명의 밴드 구성원 중 2명의 포지션은 ‘VJ’로 뮤직비디오와 영상물 등을 제작한다. 결과물은 각자의 소우주를 치열하게 부딪치며 만들어낸 성과다. 사이키델릭과 일렉트로닉에 뿌리를 둔 이들의 음악은 몽환적이라는 말로 쉽게 표현 가능하다. 들으면 뭐라 형용하기 어렵고, 환각처럼 몸을 붕 뜨게 만든다. 하지만 이 단어로는 저 밑에서 끓고 있는 에너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은 언제나 ‘폭발 직전’의 상태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음악은 종잡을 수 없다. 지극히 현재적이고, 치열하다. ‘청춘’으로 가득 찬 밴드의 탄생.

-수록곡-
1. 비경 [추천]
2. 눈동자
3. 9 [추천]
4. 강
5. 모두 그래 [추천]
6. ORANGE
7. 연인
8. Hrm
9. Sister
10. Woong's theme
11. Intro(for 기억)
12. 기억
강민정(jao14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