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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181
실리카겔
2020

by 황선업

2020.09.01

기존 밴드뮤직의 변용으로 다가왔던 ‘9’나 ‘낮잠’과는 다르게, 새로이 시작하는 이 노래에선 아예 ‘실리카겔’이라는 새로운 장르음악을 지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 이를 덧씌우는 변화무쌍한 연주와 이펙팅이 ‘보컬/반주’의 구분 없이 한 덩어리로 뭉쳐 발하는 폭발적 에너지. 부유하는 심상의 사운드 메이킹은 여전하나 그 순도를 높였다고 할까. 고착화된 형식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을 버린 후, 자신들의 장점이 부각되는 방법을 찾아낸 느낌이다.


더욱 새롭고 몰입되며 별다른 레퍼런스도 탐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나 깊고 넓은 팀의 고민과 노력이 동반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밴드라는 형태만 남긴 채 기존에 없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는 집단이 늘어가는 추세에, 이들 역시 좋은 예시로 남을 그 활동의 스타트를 멋지게 끊어냈다. 어느덧 흥얼거리게 될 이 노래, 심하게 환상적이면서도 중독적인 이들의 리부트.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