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표방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실리카겔이 본질에 다가선다. 공감각에 대한 특유의 이해로 장르를 쫓기보단 독립적인 공간을 구축해온 그들이 ‘Desert eagle’을 통해 그간의 폭발적인 실험성을 덜어내는 대신 연주에 집중하며 소리의 근원을 탐구한다.
장점이었던 신시사이저 사운드 디자인은 유지한 채 빼곡하게 청각을 타격하는 드럼과 함께하는 베이스라인이 견고하게 균형을 잡는다. 악기의 유기적인 흐름에 따라 구성 또한 매끄럽다. 상승하는 순간 단절을 통해 극적으로 후렴을 등장시키고 후반부에 몰아치는 구간은 일렉 기타를 중심으로 끝없이 치솟더니 일순에 정리한다. 긴장과 해소, 어느 하나 일방적이지 않은 해석에 응축된 에너지가 쉬지 않고 터져 나온다.
분명 결과물 중 가장 친숙하지만 실리카겔이 추구하던 ‘재미’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서 멀어졌다는 결론은 아니다. 근본으로 돌아가기에 오히려 단단해진 영역이 고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