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에이’와 연기를 병행하던 수지가 마침내 솔로로 데뷔했다. 첫 솔로 데뷔인 만큼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다양한 스타일을 그렸다. 그는 무심한 듯 노래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도시적이면서 소소한 그루브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또 곡에 따라서 몽환적이거나, 서정적인 톤까지 소화하며 앨범에 힘을 보탰다. 그런 면에서 아이돌로서 보여주던 댄서블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곡들이 눈에 띈다.
이미 성공적인 경력 이후에 솔로 가수로 돌아온 그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 관심은 그대로 이어져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로 넘어갔다. 결과적으로는 다소 무거운 사운드를 얹은 알앤비 가수로 돌아왔다. 잔잔하게 읊조리는 보컬은 음악과 한 몸으로 움직이며 호소력을 높였다. 최근 연기로 주목받던 만큼 2년 만에 돌아온 솔로 앨범은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음악 인생의 전환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첫 곡부터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행복한 척’한다는 노랫말이 연예인이라는 상황과 상통하며 더욱 이입하게 한다. 앨범의 격을 높이는 트랙이라 하면 윤상이 있는 원피스(1Piece)가 작곡한 ‘취향’이다. 간결한 신시사이저와 리듬감 넘치는 베이스라인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게다가 그가 쓴 수수한 가사는 음악과 잘 스며들며 소구력을 높인다. 어반 자카파의 조현아와 함께 곡을 쓴 ‘난로 마냥’은 가벼운 보사노바 리듬이 이십 대의 순한 보컬과 만나며 예쁜 조화를 이룬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쓴 ‘꽃마리’는 수록곡 중에서 가장 시적인 발라드를 선보이며 앨범의 마지막에서 감성을 자극한다. ‘취향’처럼 미니멀한 반주로 시작해서 레이어가 쌓이고, 트랩 비트까지 더해지는 ‘다 그런거잖아’는 가녀린 보컬과 육중한 비트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곡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한다.
앨범 안에서 보컬은 이질감 없이 녹아들고, 듣는 이는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그의 목소리가 가진 하얀 도화지 같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했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색이 묻히는 단점이기도 하다. 그룹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리에 선 이상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난로 마냥’ 같은 자기 참여적인 작품이 필요하다.
-수록곡-
1. 행복한 척
2. Yes no maybe
3. 다 그런거잖아 (Feat. Reddy)
4. 취향 (Les Preferences) [추천]
5. 난로 마냥 [추천]
6. 꽃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