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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ellite
수지(Suzy)
2022

by 장준환

2022.03.01

얼떨떨한 충격이다. 복귀까지 걸린 시간만큼이나 보컬의 톤도, 감정의 깊이도, 그리고 음악의 방향과 색 모두 확연히 바뀌었다. 일기예보와 러브홀릭의 리더로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강현민과 최근 <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에서 큰 화제를 얻은 댄서 모니카와의 삼각 협업을 이룬 곡은 단순 마니아층의 수요나 스타일 변화에 의한 장르적 측면에서의 시도를 넘어, 고정된 틀을 깨려고 하는 예술가의 진지한 욕망에 의의를 두고 있다.


록의 멜로디컬한 접근법에 있어 권위자인 강현민이 사무치듯 울려 퍼지는 슈게이징 사운드와 비좁은 틈새를 신경질적으로 콕콕 파고드는 노이즈를 가져오고, 이에 수지가 음울하면서도 덤덤한 보컬을 조심스럽게 포갠다. 시아의 ‘Chandelier’를 접했을 때의 충격을 연상케 하며 해방과 갈구를 오가는 모니카의 역동적인 춤 선은 몰입을 배가하고 탁월한 영상미를 낳는다.


비록 청취에 이질감이 없도록 단편적인 표현 수준에 그친 영어 위주의 가사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던 곡의 고점을 쉽게 매듭지은 듯하지만, 복합적인 프로젝트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변신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 Faces Of Love > 때부터 탐미와 격상에 학구열을 내비친 수지. 그의 ‘거듭나기’는 겸손하고 흥미롭게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