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부에서는 청명한 신디사이저 리프가 쨍쨍하게 반복되고, 저음부에서는 낮게 깔린 패드가 몽롱하게 웅웅댄다. 대신 중음역대는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 의도된 미니멀이다. 크게 벌어진 공간감 덕에 각 악기의 매력이 더 강조된다. 낙차가 적지만 중독적인 보컬 선율도 그 혜택을 톡톡히 본다. 단순하게 정박만 찍는 킥 드럼 또한 댄스홀의 주술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장치다. 군살 없이 유럽 신스팝의 핵심만을 뽑아낸 느낌이다. 반복되는 전자음에 둘러싸여 몽환에 빠져드는 ‘유로의 맛!’ 8년 만의 정규앨범으로 돌아오는 신스팝 중진이 뱃머리에 내건 것은 그리운 그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