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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ophane
FKA 트위그스(FKA twigs)
2019

by 김도헌

2019.04.01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여린 목소리가 차분한 피아노 선율로 솟아 올린 폴대 위에서 미끄러지며 내려온다. 위태로운 호흡과 숨결을 내뱉으며 추락하는 FKA 트윅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에 닿고자 했던 이카로스를 닮았다. 그를 훨훨 날게 한 것은 멀티 아티스트로의 명성과 음악 세계요, 그를 심연으로 떨어트린 것은 인기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의 열애가 불러온 악성 댓글과 자궁에 돋아난 여섯 개의 종양이었다.


‘Cellophane’의 추락하는 미니멀리즘은 이내 거대한 운석처럼 돌진하는 노이즈와 스트링, 트윅스의 강력한 팔세토 보컬로 의지의 날개를 펼쳐 보인다. ‘우리의 사랑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라 강하게 다짐하는 목소리가 셀로판처럼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줘야 했던 과거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노래한다. 매혹스러운 몸짓과 목소리가 격하게 고치를 찢고 나오는데 그 과정이 파괴적이면서도 은근히 대중적인 멜로디를 택한 것은 안정의 문법이다. 가장 아래에서 다시금 자신을 빚어 올리는 과정, 일단은 조심스러운 카타르시스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